조계종, 관련 종헌·종법 1일 입법예고
법계 품수자격 연한도 하향으로 조정
법계품수 자격 연한을 하향 조정하고 교단의 위계를 승랍(僧臘)에서 법계(法階) 중심으로 재편하는 종헌종법 개정이 추진된다. 1995년 이후 출가자들의 승랍기산 관련 불이익을 없애고 승가의 위의를 재정립하겠다는 취지다. 출가자의 고령화 추세에 따른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조계종(총무원장 지관스님)은 법계 관련 종헌 및 종법 개정안을 지난 1일 입법예고했다.
1995년 이후 출가자에 한해 종덕(1급) 대덕(2급) 중덕(3급) 등의 자격요건 승랍을 5년씩 낮추는 것이 주된 핵심이다. 중덕은 승랍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대덕은 15년 이상에서 10년 이상, 종덕은 25년 이상에서 20년 이상으로 완화된다. 대덕의 경우 현행 제도가 20년 이상이지만 법계 간 연한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개정안에서는 1995년 이전 출가자의 연한도 15년으로 낮췄다. 중덕은 말사(공찰) 주지, 대덕은 중앙종무기관 각 국장, 종덕은 중앙종무기관 부실장과 교구본사 주지 등을 맡을 수 있다.
자격 연한 완화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승랍기산의 형평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4년 종단개혁 직후 승랍을 기본교육기관 4년 이수 후 구족계를 수지한 때부터 기산하면서, 1995년 이후 출가자들은 이전의 출가자에 비해 4년 여의 승랍을 인정받지 못했다. 결국 구족계를 수지하면 승랍을 소급해 적용해 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곧 이번 개정안은 1995년 이후 출가자들의 불만을 해소하면서도 교육제도의 골간을 흔들지 않는 절충안인 셈이다. 종단의 각 소임에 인재를 보다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와 함께 승랍이 아닌 법계를 중심으로 한 종단 소임자 자격요건 재편은 열심히 수행하는 스님들이 인정받는 풍토를 조성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미 총무원장 지관스님이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주요사업 가운데 하나로 밝힌 바 있다. 이를테면 소임자의 자격기준을 명시한 각종 법령 조항에서 승랍 25년 대신 종덕으로 승랍 10년 대신 중덕으로 바꾸는 식이다. 일정한 법계를 품수하려면 단순히 승랍뿐만 아니라 승가고시 합격과 같은 ‘질적인’ 요건도 갖춰야 한다. 수행력과 종단 지도력의 상징인 법계를 부각시키면 교단의 기강과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의 입법예고 기한은 오는 23일까지며 이후 종무회의 의결을 거쳐 중앙종회 상정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총무원은 올해 안에 개정을 완료할 수 있도록 중앙종회를 설득할 계획이지만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무엇보다 종헌 10개조를 비롯해 승려법 종무원법 승가고시법 법계법 계단법 원로회의법 등 무려 20개의 종법을 손봐야 한다. 물론 개정해야 할 종법은 많지만 동일한 내용에 대한 변경이므로 일단 원칙에서만 합의만 되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장영섭 기자 fuel@ibulgyo.com
[불교신문 2525호/ 5월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