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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점술 열풍, 무엇이 문제인가 0
 작성자: 사무국  2005-11-08 11:25
조회 : 3,990  
미래 불안감 악용… 한탕주의 조장
== 기획취재/점술 열풍, 무엇이 문제인가 ==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오직 ‘연기’ 뿐
불교, 숙명론 근거한 점술 철저 부정
“점 보면 불자라고 할 수 없어”


네덜란드의 사회철학자 C.J. 반 퍼슨은 저서 〈문화의 전략〉에서 “현대 사회는 신화적 사고(주술), 존재론적 사고(자연과학), 기능론적 사고(실용주의)가 혼재한다”고 주장했다. 신화적 사고의 대표적인 사례가 점술에 기대는 일이다. 이사를 가기 위해 결혼을 하기 위해 점을 본다. 대학 입학원서를 쓸 때도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위해서도 점을 본다. 인터넷과 줄기세포 복제라는 첨단문명이 무색하게 사람들은 여전히 무속인의 말에 솔깃하고 미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 사주풀이를 위주로 하는 역술인들의 숫자는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가장 역사가 오래된 한국역술인협회의 경우 1990년대 초반에는 회원수가 1만2000여명 남짓이었으나, 최근에는 5만명을 넘어섰다. 이 협회 외에 난립해 있는 다른 단체까지 포함하면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분석된다. 부처님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점술문화를 보고 과연 어떤 표정으로 바라볼까. 쓴웃음일 게 분명하다.



사진설명: 종합일간지 광고면을 도배하다시피하는 각종 점술광고. 자신의 운명은 자기 자신의 노력으로 만드는 것이다. 불교신문 자료사진
불교는 단적으로 “내게 주어진 모든 결과는 자신의 행위가 낳은 산물일 뿐, 이미 결정돼 있는 운명은 없다”고 단언한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고,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이야기다. 〈잡아함경〉19권 520경 ‘점복녀경’에 점술을 경계하는 부처님의 말씀이 보인다.

“부처님이 라자가하 죽림정사에 머물 때의 일이다. 락카나와 함께 키자쿠타산에서 수행하던 마하목갈라나는 걸식을 하기 위해 라자가하로 들어갔다. 어느날 목갈라나가 어떤 골목을 지나가고 있을 때 눈앞에 이상한 모습을 한 중생이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그는 ‘쇠맷돌로 정수리를 갈리고 온몸에는 불이 활활 붙은 꼴’이었다. 신통이 뛰어난 제자였던 목갈라나는 그 가엾은 중생이 어떤 존재인 줄 알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궁금하게 여긴 락카나가 물었으나 그가 믿지 않을 것 같아 목갈라나는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목갈라나는 돌아오는 길에 죽림정사에 계신 부처님을 찾아뵙고 이 같은 사실을 아뢰었다. 그랬더니 부처님은 이렇게 설명했다. ‘그 중생은 과거세에 라자가하에 살던 남자 점쟁이와 여자 점쟁이다. 그들은 점치는 것으로 사람을 속여 재물을 모았다. 남을 속인 죄로 죽어서 지옥에 떨어져 한량없는 고통을 받았으나 아직도 죄가 남아 과보를 받고 있는 것이다.’”

무속인이 남을 기만한 죄로 끔찍한 형벌을 감내하는 대역죄인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만큼 부처님은 대중이 파멸의 길에 들어서지 않기를 노심초사했다. 부처님은 〈사분율〉에서도 “점복술을 행하면 악작을 짓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불교는 철저하게 결정론적 사고를 거부한다. 연기법에 의해 현실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고 그 변화는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있음을 강조한다.

“부처님이 라자가하 죽림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오후 비구들은 공양이 끝난 후 식당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전생에 관한 얘기를 화제로 삼았다. ‘누구는 전생에 어떤 업을 지었으며 그때 어떤 일을 얼마나 잘 하였을까’ 하는 식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마침 부처님은 정사의 외진 곳에서 홀로 명상에 잠겨 있다가 소란스런 웃음소리와 말소리가 들리자 비구들이 있는 곳으로 왔다.

‘너희들은 지금까지 무슨 얘기를 나누었느냐?’ ‘전생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앞으로 전생에 관한 얘기를 화제로 삼지 말라. 왜냐하면 그런 얘기는 진리를 알게 하는 것도 아니고 깨끗한 행위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지혜나 바른 깨달음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고 열반으로 향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너희들이 마땅히 화제로 삼아야 할 것은 여래가 가르친 괴로움의 진리, 괴로움이 모이는 진리, 괴로움이 소멸된 진리, 괴로움을 소멸하는 방법에 관한 진리(사성제)에 관한 것이다. 왜냐하면 이런 화제는 진리를 알게 하는 데 도움이 되며, 깨끗한 행위와 참다운 지혜와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애써 진리에 관한 얘기를 나눌지언정 열반으로 향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얘기를 화제로 삼지 말라.’”(잡아함 16권 424경 ‘숙명경’)

그럼에도 점술의 열풍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부정부패가 잔존하는 비정상적 사회 시스템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따른 극단적인 불안심리 탓에 ‘못된’ 혹은 ‘길 잃은’ 마음들이 점집으로 몰린다는 것이다. 동국대 선학과 교수 종호스님은 “오랜 정치적 혼란에 따른 사회적 격동으로 비리와 편법을 동원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삿된 비방으로라도 남을 이기려는 심리가 점술의 횡행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승가대 포교사회학과 김응철 교수는 “산업사회에서 정보화사회로 넘어가면서 갈수록 앞날을 예측할 수 없어졌다”며 “고질적인 빈부의 양극화 현상도 ‘한탕주의’ 조장에 한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의 공기(公器)여야 할 언론도 점술문화를 부채질하고 있어 문제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는 지난해 6월 6개 주요 일간지를 대상으로 점술ㆍ역학광고 게재실태를 조사, 2개 신문에 대해 주의조치를 내리고 신문협회 전 회원사에 광고게재 자제를 당부하는 공문을 띄웠다. 대중을 오도하는 불확실한 표현 및 과장과 허위가 난무하는 점술광고를 무분별하게 실었다는 것이 근거다. 한편 많은 역술인들이 광고에서 자신을 ‘스님’, ‘보살’, ‘법사’ 등으로 소개하면서 애먼 불교도 피해를 보고 있다.

‘불교가 기복신앙에 불과하다’는 폄하와 왜곡에 기름을 들이붓고 있는 것이다. 울산대 철학과 박태원 교수는 “불교는 주어진 여건에 짓눌리지 말고 스스로 노력해 해탈을 성취하라고 독려했다”며 “인간의 의지를 무시한 결정론적 숙명론에 근거를 두고 있는 점술을, 불교는 금기로 여겨 왔다”고 강조했다.

자등명 법등명(自燈明法燈明). “너희들은 저마다 자기 자신을 등불로 삼고 자기를 의지하라. 또한 진리를 등불로 삼고 진리를 의지하라. 이밖에 다른 것에 의지해서는 안 된다.” 부처님이 열반에 들면서 제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 말이다. 씨를 뿌리지 않으면 결코 열매를 얻을 수 없다는 사소하고도 자명한 진리를 많은 사람들이 잊고 산다.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풀 한 포기 이상의 신비는 없다”고 일갈했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작은 꿈과 힘들이 위대한 신비를 일구었음을 유념해야 한다.
장영섭 기자 flowergirl@ibulgyo.com
[불교신문 2177호/ 11월9일자]




=== 점술에 현혹돼 이런 일도… ===

역술 ‘맹신’ H철강 ‘부도’
“굿으로 흥하려다
굿으로 망하는 것이 순리

불행은 끊임없는 반성
노력으로만 막을 수 있어”



단지 막간의 여흥을 위해 점을 본다면 별 문제가 아니다. 점술의 가장 무서운 폐해는 남의 말에 현혹돼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걸다가 패가망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1997년 굴지의 철강기업 H철강이 최종 부도처리됐다. 단군 이래 최대의 금융사고라 불리는 부도 사건은 한 역술가의 예언에서 시작됐다고 한다. “쇳가루를 만지면 흥합니다.” 건설업으로 성공한 뒤, 신규사업으로 철강업 진출을 모색하던 이 기업의 총수는 “흥한다”는 역술인의 말을 듣고 무작정 철강업에 뛰어들었다. 23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게 된 계기도, 퇴직 후 건설사업을 시작한 것도 모두 “사업으로 대성할 운이니 당장 공무원 그만두고 흙(土)과 관련된 일을 하라”는 역술가의 조언을 철석같이 믿고 행한 결단이었다.

이후 엄청난 성공가도를 달렸지만 “사업은 99%가 운”이라는 그의 평소 지론은 완벽한 모순으로 드러났다. 무분별한 사업계획과 각종 특혜시비의 중심에 서면서 그가 신봉하던 운명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힘은 그를 철저히 배반했다. 더구나 기업의 부도는 IMF 사태의 전조가 되면서 개인 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근간을 흔들었다.

대흥사 수련원장 법인스님이 지켜본 A씨도 역술인의 감언이설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남편은 손대는 사업마다 망했다. 진전이 있다가도 막판에 변수가 생겨 계약이 틀어지는 등 액난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마음을 진정시킬 수 없던 A씨는 역술인을 찾았다. 역술인은 “‘운때’가 맞지 않고 기가 소진해서 그러니 기를 불러내야 한다”며 부적을 권유했다.

부적의 가격은 적게는 3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을 호가한다. 부적을 구입하고도 신세가 나아지지 않자 역술인은 “산에 가서 굿을 해야 한다”며 다시 500만원을 요구했다. 별무소용이었다. 역술인은 “최후의 보루”라며 천도재를 치를 돈을 뜯어냈다.

결국 3000만원이란 거액을 날렸다. 무엇보다 어리석음을 뉘우치지 않고 영험이 있다는 다른 점쟁이를 찾아 한심한 행동을 똑같이 반복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무슨 색깔의 자동차를 사야 운이 트이겠느냐고 상담할 정도로 A씨는 점술의 노예가 됐다.

법인스님은 “사업수완이 부족하거나 평소 인간관계를 소홀히 했을 것”이라며 상식에 맞게 문제를 따질 것을 종용했으나 그녀는 이미 상식이 통하지 않았다. “3000배를 일주일간 꾸준히 해봐라. 체념도 기술이다. 버릴 것은 과감히 버리라”는 조언에 겨우 마음을 추스르고 있어 다행이다. 스님은 “이 세상에 연기의 법칙을 거스르는 것은 없다”며 “불행은 끊임없는 반성과 노력으로만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점술에의 탐닉은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나약함에서 비롯된다. 인터넷사이트 게시판에서도 ‘점쟁이가 말하는 대로 따라서 움직이게 된다’는 딱한 호소를 곧잘 볼 수 있다. 촌철살인의 답변이 눈에 띈다. ‘불행은 피하다 보면 더 큰 불행이 되어 한꺼번에 돌아온답니다.’

장영섭 기자 flowergirl@ibulgyo.com
[불교신문 2177호/ 11월9일자]
2005-11-07 오후 4:42:36 /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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