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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학, 교단 교학 넘어 인문학 실험장으로”...정도스님(32기)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26-05-18 11:30
조회 : 1,114  

동국대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선명상상담연구원 공동 세미나
김법린·고익진·안옥선 … “민족·생명·윤리로 읽는 한국 불교학”

정도스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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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 서울캠퍼스 함명희미래융합세미나실에서 15일 열린 제21회 학술대회 단체 기념촬영./제공=동국대
동국대학교는 본교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가 지난 15일 동국대 혜화관 3층 함명희미래융합세미나실에서 '동국의 미래, 불교에서 답을 찾다'를 주제로 제21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2026년 동국대학교 건학 120주년을 맞이해, 종립대학으로서 동국대학교가 쌓아온 학문적 성과와 실천적 전통을 계승하고 미래 사회의 해법을 불교적 관점에서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현대 불교학의 인문적 지평을 넓히고, 공동선(共同善)을 위한 사회적 실천 및 선명상의 현대적 교육 가치를 다각도로 조명했다.

학술대회는 총 2부로 나누어 진행됐다. 제1부에서는 '동국의 120년, 학문과 실천 그 계승과 미래'를 주제로 다뤘다. 이어지는 제2부에서는 '동국의 120년, 수행문화 교육과 공간 속 선의 실천'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졌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발표 세션 사이 포스터 논문 심사 시간이 마련돼 있어, 신진 연구자들의 다양한 학문적 시도도 함께 살펴볼 수 있어 눈길을 끌었다.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장 정도스님은 "이번 제21회 학술대회는 건학 120주년을 맞이한 동국대학교가 그간의 불교 학술 성과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불교가 현대 사회의 공동체적 가치를 회복하고 청년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전하는 실천적 대안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김영진 동국대 WISE캠퍼스 교수는 ‘한국 현대 불교학의 실험과 인문적 지평’을 주제로, 김법린·고익진·안옥선 세 학자를 통해 한국 현대 불교학의 지형을 그렸다. 단순한 인물사 소개가 아니라, 세 학자의 작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불교학의 성격 변화를 읽어내려는 시도였다.

김 교수는 세 학자의 불교 사유를 각각 ‘민족과 문명’(김법린), ‘생명과 학술’(고익진), ‘윤리와 자유’(안옥선)로 유형화하며 “이것이 ‘불교가 우리에게 무엇이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내놓은 그들의 각기 다른 응답”이라고 설명했다.

김법린(金法麟, 1899~1964)은 식민지 현실 속에서 불교를 민족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의 언어로 확장한 실천적 지식인이다. 3·1운동에 참여한 뒤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유학하고, 항일비밀결사 만당(卍黨)을 조직하였으며, 불교학을 경전 해석에 한정하지 않고 근대 문명과 민족 현실을 응시하는 인문적 자산으로 전유했다.

고익진(高翊晉, 1934~1988)은 <반야심경>의 ‘무(無)’를 화두 삼아 3년을 고민한 구도적 실존에서 출발해, 아함·반야·법화를 근본 삼부경으로 삼아 전통 교학을 현대 학문 언어로 정교하게 재구성했다. 불교 이해를 신앙 중심의 수용에서 개념과 논증을 갖춘 학술 담론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옥선(安玉善, 1962~2010)은 불교를 윤리·젠더·자유의 문제와 연결해 오늘의 인문학과 대화 가능한 언어로 번역했다. 불교의 무아설을 지지하면서도 윤리적 행위의 주체를 탐구하며, 불교윤리가 현실에서 작동하는 구체적 실천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김영진 교수는 “세 인물의 차이는 강조점의 차이이자, 한국 현대 불교학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전통과 근대를 조율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논평을 맡은 민순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인물 선정 기준과 ‘인문적 지평’ 개념의 범위를 지적하고, 지역성·젠더·제도사적 맥락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김응철 중앙승가대 교수는 ‘불교의 공동선 연구 – 공동체와 사회복지를 위한 실천 방안 모색’을 주제로, 공동체 붕괴와 양극화 현실에서 불교가 제시할 수 있는 윤리적 대안을 탐색했다. 원효스님의 화쟁사상, <육화경>의 정신, 화엄사상 등 불교 전통의 공동선(共同善) 원리를 현대 사회복지 담론과 연결하려는 시도였다. 선지스님(동국대 WISE캠퍼스 강사)은 논평에서 이론과 실천 사이의 간극을 짚으면서 불교 사회복지 담론의 제도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2부에서는 수행과 공간을 주제로 한 발표가 이어졌다. 금강스님(중앙승가대 교수)은 선명상이 청년 세대의 심리·정서적 요구 속에서 단순한 스트레스 완화 기법을 넘어, 자기 인식과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는 수행 교육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조계종이 추진하는 선명상이 개인 수행의 영역을 넘어 사회 전체의 정신건강과 연결되는 공적 의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이석환 동국대 불교학술원 학술연구교수는 논평에서 선명상의 전통성과 현대성을 대학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를 제안했다.

 

마지막 발표에서 김개천 국민대 교수는 ‘선(禪)의 건축 선명상’을 주제로, 선 사상의 비움·관계·자연성이 건축 공간의 배치와 동선에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지를 탐구했다. 황수경 한마음과학원 부원장은 구체적 사례 연구와 이용자 경험 분석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120년 동국 불교학’의 성과를 회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험성과 인문적 지평을 미래 과제로 전환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과제도 있다. 공동선·선명상·공간 연구가 학계 안의 담론에 머물지 않고 교육·복지·청년 현실 속에서 구체적 실천으로 이어지는 일이다. 불교가 미래를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은, 이날 제시된 실험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구현되느냐에 달려 있다.


( 불교신문 2026.05.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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