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안 변할까’라고 묻지 마세요. 그냥 하는 겁니다. 될 때까지 하는 겁니다. 앉고 서고 보고 듣고 오직 화두에 사무쳐 답만 찾으십시오. 빠져나갈 길 따윈 없습니다. 오고 가도 못하는, 꽉 막힌 그 자리에서 젖 먹던 힘을 다해 화두를 참구하세요.”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의 법문에 동참자들의 눈빛이 성성히 빛난다. 생각 이전 자리, ‘깨달음’을 향한 의심은 커져만 간다. 마치 밤송이를 삼킨 것 같이 불편하고 답답한 ‘의단(疑團)’ 속에서 60여 동참자들의 수행은 깊어져 갔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소장 정도 스님)가 1월 3일부터 9일까지 동국대 법학관 무진선원(좌선실)에서 ‘간화선 집중수행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번 집중 수행프로그램은 한국불교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해 선 수행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프로그램은 안국선원장 수불 스님(동국대 불교대 석좌교수)이 지도법사를 맡았으며 60여 동참자들을 대상으로 법문, 집중 수행, 면담 등이 진행됐다. 7일 간의 과정을 모두 이수한 참가자에게는 동국대 종학연구소에서 발급하는 자체 수료증이 수여된다.

1월 7일 찾은 동국대 무진선원에서는 수불 스님의 간화선 법문과 질의응답이 한창이었다. 수불 스님은 법문에서 “분별할 시간도 아깝다”며 그저 화두에 철저히 사무칠 것을 주문했다. 스님은 “된다, 안 된다, 이게 잘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등 분별하지 말고 ‘그냥 (화두 참구) 해라’”며 “이 공부는 ‘나’를 위한 공부다. 절대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다. 오직 답만 찾겠다는 일념으로 수행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점점 더 (수행이) 오리무중이고 빠져나갈 길이 없어 보여야 한다. 그때가 돼야 공부에 진전이 있다”고 설한 수불 스님은 “그 갑갑한 기분에 사로잡혀, 답을 찾을려고 애를 써야 한다. 잘될 때를 기다리면 절대 알 수 없는 것이 이 공부다”고 말했다.
이어 수행에서 ‘아상(我相)’을 세우지 말고 오직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스님은 “‘잘 났다’하는 그 자존심이 모두 무너져야 한다”며 “뭘 세우는 순간 모두 그르치는 것이다. 그러니 요령 피우지 마라. 이 공부는 그런 게 없다. 하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 거다. 중간은 없다”고 밝혔다.

질의응답에서는 동참자들의 체험이 담긴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구름 같은 이미지’가 보인다는 질문에 수불 스님은 수행하다 만나는 마음의 ‘경계’에 끄달리지 말 것을 강조했다. 경계에 현혹되는 순간 화두의 답을 놓친다는 것이 스님의 답변이다.
“집에 돌아가면 수행이 안 된다”는 질문도 있었다. 스님은 “24, 48, 72시간 내내 쉬지 않고 의심이 이어져야 한다”며 “어떤 환경에 있던 계속 집중할 수 있어야 된다. 본인이 밥을 먹든 화장실을 가든 끝까지 답을 찾아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공부해라. 그게 유일하게 살길이다”고 말했다.
끝으로 수불 스님은 동참자들을 향해 죽을 각오로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스님은 “지혜는 체험을 통해 안목이 트여야 얻어지고, 그 지혜를 통해야만 업(業)이 녹는다”며 “알음알이로는 절대 업을 녹일 수 없다. 적당히 해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 죽기 살기로 (화두에) 달려들라”고 동참자들을 독려했다.

스님의 법문은 동참자들의 수행에 박차를 가했다. 오직 화두를 타파하겠다는 일념으로 정진한 동참자들은 입을 모아 “몸과 마음이 변화했다”는 소감을 남겼다. 처음으로 간화선을 접한 카피타자 스님(미얀마, 동국대 석사과정)은 “이때까지 들어보지 못했던 수행인 간화선의 ‘맛’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본 것 같다. 나의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처음에는 오래 앉는 것이 괴로웠지만, 한순간 그 고통이 모두 사라지는 체험을 했다. 마음뿐만 아니라 몸도 새로운 변화를 체험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프로그램에 두 번째로 참여한 한승은(45) 씨는 입고 있었던 ‘두꺼운 갑옷’을 내려놓은 듯한 체험을 했다고 밝혔다. 한 씨는 “처음 참가했을 때는 감을 잡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몸과 마음이 함께 ‘물리적으로’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며 “처음에는 천지가 개벽할 것 같은 기대감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작은 체험을 하다 보니 정말 ‘나’를 되돌아볼 수 있는 길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된다”고 말했다.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한 이지우(41) 씨는 “수불 스님의 지도를 충실히 따르다 보니 어렵지 않게 체험에 다다른 것 같다. 자기 체험이나 경험에 집중하면 더 힘들어진다”며 “‘번뇌’나 마음의 응어리 등 이런 것은 본래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눈을 뜨게 되니 희로애락 같은 망상이 녹아내렸다”고 후기를 남겼다.
이어 이 씨는 명상과 선의 차이점을 짚었다. 그는 “명상이 ‘치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간화선은 ‘본질’을 통찰하는 데 집중한다”며 “삶의 의미를 찾는 사람들, 궁극적인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명상보다는 간화선 수행이 적합할 것 같다”고 전했다.
이번 집중 수행프로그램에 대해 동국대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는 “이번 간화선 집중수행 프로그램은 한국 불교의 수행법인 간화선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국내외 참가자들에게 한국 정신문화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 불교문화의 중요한 가치를 보급함과 동시에, 간화선의 핵심 이론과 개념을 바탕으로 한 법문들을 통해 참가자들이 삶의 의미를 깊이 통찰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민재 기자




( 현대불교 2025.01.07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