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를 마주한 부산 송정. 겨울바람이 매섭게 불어오는 이곳에 불교문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 지 어느덧 1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지난 12월23일 오후, 문화예술사단법인 쿠무다(KUmuda, 이사장 주석스님)의 개원 11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콘서트홀은 평소와 다른 감동의 열기로 가득했다. 불교신문 사장 수불스님(안국선원장, 불교방송 이사장)의 ‘육조단경 강설 회향식’과 함께한 이날 행사장에서는 진솔한 축사가 이어지며 따스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객석은 물론 복도까지 가득 메운 청중들의 박수 속에 이사장 주석스님이 무대에 올랐다. “쿠무다의 11주년 기념식은 올해 수불스님과 함께한 육조단경 법석이 회향을 맞이해 더욱 빛납니다.” 겸손과 감사가 묻어나는 인사였다.
이어진 당부에서는 문화전법에 대한 흔들림 없는 원력이 느껴졌다. 스님은 “황폐해지는 세상 속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더 많은 분들이 향유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아름다운 마음을 나눠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불교신문 사장 수불스님은 치사에서 쿠무다의 11년을 지켜본 솔직한 소회를 전했다. 수불스님은 “힘들고 어려운 불사를 차근차근 이뤄내서 참 장하다고 생각했다”며 “미래 세대를 위해 불교문화예술의 혼을 불러일으키겠다는 포부를 이곳에 펼쳐보였다”고 격려했다. 이어 “불교문화예술의 콘텐츠가 쿠무다에서 한줄기를 이어가면서 꽃을 피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변함없는 격려와 응원을 약속했다.

이어진 축사에서도 11년 전 쿠무다의 시작을 함께했던 스님들의 솔직담백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전 조계종부산연합회장 원허스님(부산 혜원정사 회주)은 “주석스님이 쿠무다를 처음 지을 때 저 역시 반대했다”면서 “그런데 염려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이 일을 단숨에 해내는 걸 보고 우리 종단에 참 중요한 일을 할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이날 스님들의 축사는 단순한 격려나 칭찬을 넘어 각자의 삶과 깨달음을 녹여낸 또 하나의 ‘법문’이었다. 조계종부산불교연합회 수석부회장 하림스림은 축사를 넘어선 지혜가 담긴 가르침을 선사했고, 관객들은 웃음과 박수로 동감을 표했다.
하림스님은 “마음이 파도처럼 오르락내리락할 때 파도를 탓하지 말고 내 배를 키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주석스님은 어마어마하게 큰 배 같다. 파도에 흔들리지 않고 무엇이든 수행삼아 잘 나아간다”고 전했다.

전국비구니회장 광용스님의 축사는 주석스님의 한 해 행보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광용스님은 “올해는 주석스님의 해다. 복지부문 국회의장상, 묘엄불교문화상 수상, 상금마저 자비나눔에 사용했다”라며 “다방면으로 부처님 법을 전하고 있는 주석스님과 한 시대에서 함께한다는 것이 굉장히 보람이자 자산”이라고 축하했다. 광용스님의 축사에는 회향(廻向)의 의미를 실천하는 주석스님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다.



이날 감동적인 순간은 주석스님의 어린 시절 일화가 공개됐을 때였다. 주석스님의 사숙인 성정스님(법주사 수정암)이 들려준 ‘14살 소녀’의 꿈은 한 편의 드라마처럼 가슴을 울렸다. “주석스님이 14살 때 빌딩을 보며 ‘내가 저 빌딩을 갖게 된다면 무엇을 채워넣을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때 이미 스님의 마음 속에는 문화라는 씨앗이 싹을 틔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일화를 전해 들으며 객석의 스님과 신도들은 ‘작은 감동’에 박수를 보냈다.

동학사 주지 경원스님은 동학사승가대학 동문을 대표해 축하인사를 전했다. 스님은 “혼돈의 시대, 대장경의 가르침과 문화예술의 융합을 통해 우리를 깨달음과 행복의 길로 이끌어주는 주석스님에게 축하 인사를 전한다”라며 “쿠무다에 와보니 부처님이 갖가지 형상으로 화현해 계시고 모두 온화한 미소로 맞아주니 순간순간이 극락세계 왕생하는 행복을 느낀다. 앞으로도 스님 가는 길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미래를 향한 새로운 걸음을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다. ‘제1회 한국불교문화의 사회적 역할과 나아갈 방향을 위한 공모전’ 시상식이 열린 것이다. 지난 11월25일부터 12월10일까지 진행한 공모전 심사 결과, 다섯 명의 젊은 대학생들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곽다훈(전남대), 오태준(전북대), 정선아(서울여대), 남형철(서울대), 유정현(동국대) 학생은 불교문화체험 전시 기획, 맞춤명상 세션 제공 어플 개발 등의 아이디어로 한국불교문화 방향성을 제시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나눔의 실천도 잊지 않았다. 쿠무다는 이날 한국심장재단에 치료 지원금 1000만원을 전달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진 나눔의 손길은 심장병으로 고통받는 어린이들에게 새 희망으로 전해진다.


쿠무다 11주년 기념행사의 피날레는 가수 이승기가 장식했다. 최근 영화 <대가족>에서 스님 역할로 열연한 그는 “쿠무다는 올 때마다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지는 곳”이라는 소감과 함께 8곡을 열창했다. 스님들과 관객들이 응원봉과 휴대폰 불빛을 흔드는 모습은 그 자체로 문화와 불교가 하나 된 순간이었다.



쿠무다는 11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 동안 불교와 세상을 잇는 가교이자 문화전법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창립 초기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낸 배경에는 흔들림 없는 원력과 실천, 그리고 시민과 불자들의 동참이 있었다.
또한 단순한 시간의 축적이 아닌, 불교문화의 새로운 장을 연 여정이었다. 전시, 공연, 강연을 아우르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은 불교문화가 현대인의 일상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이날 행사장에 가득했던 따뜻한 기운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쿠무다는 새로운 도전을 추진 중이다. 쿠무다가 주력하고 있는 ‘국제선명상센터 건립 프로젝트’는 K-문화의 흐름 속에서 한국불교의 정신성을 세계에 알리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앞으로 걸어갈 새로운 길에는, 더 많은 이들의 따스한 발걸음이 함께할 예정이다.
( 불교신문 2024.12.24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