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해스님과 무산스님의 시(詩)정신을 기리는 시낭송 음악회가 눈 내린 동짓날 서울 무산선원을 화합과 상생의 도량으로 물들였다. 서울 무산선원(주지 선일스님)은 12월21일 ‘크리스마스와 함께하는 제8회 만해·무산 선양 시낭송 및 음악회’를 열었다.
‘통합의 마음으로 동행하는 종교인의 만남’을 주제로 한 이 날 행사에는 무산스님을 선양하는 스님들을 중심으로 예수의소화 수녀회 수녀들과 고진하 목사, 이영제 신부 등 이웃종교인들도 대거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특히 유홍준 교수와 가수 최성수씨, 서울대 현악 4중주팀 등 유명 예술인과 이근배 오세용 정호승 장석남 시인 등 한국문학 대표 문인들도 자리를 빛냈다.
황인찬 시인 사회로 펼쳐진 시낭송 음악회는 신달자 시인의 개회사와 식전공연 서울대 현악 4중주의 아름다운 선율로 1부 행사를 열었다. 신 시인은 “시인에게 겨울이 없으면 시 짓는 힘을 잃는 법, 겨울이라는 계절은 시인에게 척박한 땅 혹독한 추위 견디면서 삶의 새로운 돌파구를 갖게 한다“면서 “스님과 목사님, 신부님과 수녀님이 이렇게 한 자리에서 불멸의 언어를 강구하는 오늘은 최대의 12월을 보내는 시인의 마음”이라며 “믿음을 쌓아가고 선한 삶을 지향하는 종교의 본질을 발원하는 뜻깊은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말했다,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에서 선정한 올해 ‘유심상’과 ‘무산문화대상’ 수상자들이 나서 시를 낭송했다. ‘끊일 듯 이어진 길/ 이어질 듯 끊인 연(緣)을// 싸락눈 매운 향기가/ 옷자락에 지는 걸까….’ 유심상 수상자 김보람 시조시인이 무산스님의 ‘비슬산 가는 길’을 낭송하자 통창문 밖 눈 쌓인 무산선원 법당 앞에 평온한 모습으로 지켜보는 무산스님이 웃음을 머금는 듯 했다.
신철규 시인은 윤동주의 ‘십자가’, 조연정 평론가는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 히야친타 수녀는 김현승의 ‘절대고독’, 로사 수녀는 전봉건의 ‘사랑’, 이영제 신부는 구상의 ‘한 알의 사과 속에는’을 낭송했다. 무산선원 주지 선일스님이 결연한 음성으로 이육사의 시 ‘광야’에서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라고 낭송할 때는 종교 이념을 초월하여 상생의 울림을 선사했다. 선일스님은 “‘광야’라는 불확실하고 무상한 우리의 삶 속에서 크리스마스 맞아 예수님의 사랑 부처님의 자비가 잘 어우러겨 오늘 자리가 빛을 발하길 바란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어 특별강연에는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가 ‘성북동 답사기’를 주제로 한 특유의 입담으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유 교수는 강연 말미에 “‘검이불루(儉而不褸) 화이불차(華而不侈)’의 이치 즉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경지는 역사와 미학, 건축과 예술에만 국한되지 않고 우리 인간 삶의 핵심가치”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지역구 김영배 의원도 "어제가 있어 오늘이 있음을 알기에 무산스님 가르침을 되새긴다. 응원봉 들고 미래를 밝히는 이 시대 젊은 친구들에게 희망을 주는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말했다.
2부는 18인의 한국의 대표 문인들이 한국문학사에 길이 남는 만해스님과 무산스님의 시를 비롯한 다양한 ‘국민시’를 낭송하고 가수 최성수씨가 축하공연을 선보이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내가 당신을 기루어하는 것은 까닭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다른 사람들은 나의 미소만을 사랑하지마는/ 당신은 나의 눈물도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정호승 시인이 만해스님의 ‘사랑하는 까닭’을 낭송한데 이어 오세영 시인이 무산스님의 명작 ‘아득한 성자’를 낮은 목소리로 되뇌었다. ‘…천년을 산다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이근배 시인은 만해스님의 ‘예술가’, 최동호 시인은 조지훈의 ‘범종’, 최금녀 시인은 김소월의 ‘산’, 유자효 시인은 백석의 ‘나와 나타새와 흰 당나귀’ 등을 저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듯 낭송했다.
‘만해·무산 선양 시(詩)낭송·음악회’는 만해 한용운 스님의 자주독립 사상과 무산 조오현 스님의 화합상생의 정신을 다시 일깨우면서 우리 모두가 서로의 마음에 위로가 되는 길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기획됐다. 종교간 벽을 허물고 철학과 사상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무산스님의 유지를 여법하게 잇기 위한 상생화 화합의 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