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죽음과 존엄사 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모색하는 학술 토론의 장이 열려 주목된다.
사단법인 한국불교학회는 10월29일 불교역사문화기념과 국제회의장에서 ‘불교에서 보는 죽음과 존엄사 문제’를 주제로 2024년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전문 학자들 위주로 구성된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누구나 관심 가질만한 주제로 일반인들까지 참여하도록 기획돼 의미가 남다르다.
이날 한국불교학회장 자현스님은 기조 강연을 통해 “현재 한국사회는 고령화 시기에 접어들며 ‘어떻게 살 것인가’와 함께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사회적 화두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올해 2월 네덜란드 전 총리 부부의 동반 안락사로 생을 마감한 사건과 같은 경우 삶과 죽음, 특히 어떠한 죽음을 맞을 것인가의 문제에 대해 다시 한번 숙고해볼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더불어 오현희 한국외대 철학문화연구소 초빙연구원은 ‘불교 윤리 관점에서 본 존엄한 죽음의 보편성과 특수성: 안락사에 대한 불교적 입장을 중심으로’란 제목의 발제를 통해 “불교 윤리에서의 도덕 현상학은 자비심 발현의 심리적 현상을 비롯해 지혜를 통한 인지적·정서적 차원의 도덕적 함양과 모든 존재의 존엄성을 위한 이타적 실천을 의미한다”면서 “이러한 논의는 현대불교가 마주하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에 대한 더 심도 있는 이해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미정 명상심리상담사는 ‘불교적 관점으로 보는 질병과 죽음의 고통에 직면한 환자의 존엄사에 관한 연구: 어떻게 죽을 것인가?’란 제목의 발제에서 “병원 현장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존엄사를 위한 환자의 영적돌봄에 관하여 현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자 했다”면서 “종교별로 영적 돌봄 활동을 하고 있지만, 불교는 후발주자로 앞으로 종교인, 학계뿐만 아니라 전 불자들이 관심을 갖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참여해 붓다의 생명 존중 가르침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죽음을 선택할 권리:불교는 안락사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를 주제로 발제한 경희대 철학과 박사과정 일윤스님은 “안락사와 생명 연장의 문제는 단순히 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에 대한 선택을 넘어, 생명 존중과 삶의 질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는 사안임을 강조한다”면서 “현대 의학의 발달은 생명 연장을 가능하게 했으나, 이는 반드시 삶의 질을 보장하지 않음을 지적한 만큼 ‘얼마나 오래 살 것인가’가 아닌 ‘어떻게 더 나은 삶을 살며 품위 있게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양영순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자발적인 단식존엄사(VSED)로서 살레카나의 현대적 불교화’란 제목의 발제에서 불교와 자이나교의 전통에 있어서 깨어있는 명상적인 죽음인 삼매사의 전통을 살펴보고, 자이나교에서 임종 수행법으로 체계화되어있는 살레카나의 방법 등을 소개했다. 이어 살레카나의 현대적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VSED의 현대적 실행에 대해 살펴보며 “깨어있는 존엄한 죽음의 전통을 지닌 불교에서 현대 한국사회와 현대인들에게 성숙한 죽음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며 선도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