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음 성지순례를 떠난 곳이 부처님 발자취를 따라 간 인도였습니다. 은사스님을 모시고 부처님께서 태어나시고, 성불하시고, 처음 법을 펼쳤던 초전법륜지 등 8대성지를 순례했습니다. 그때 ‘왜 이제야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처님이 처음 법을 설하셨던 곳에 발을 딛는 순간, 마치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실 당시 제가 그 앞에 앉아 있었던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간 인도성지순례에서의 첫 느낌이었다. 마치 부처님 곁에 함께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의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매일 부처님을 떠올리며 예경했고, 공부하고 글을 쓰면서도 수없이 부처님을 떠올리며 살아왔습니다. 그리고 부처님 설법지에서는 마치 당시 부처님 곁에서 설법을 들었던 수행자였던 듯한 느낌까지 받았습니다.”
인도순례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불자들에게 교리를 가르치는 수업을 하면서 부처님, 사리불존자, 가섭존자, 아난존자의 이야기를 할 때면 함께 수행하고 탁마했던 도반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듯한 즐거움을 느꼈다. 그러면서 “나는 아마 전생에서도 승려였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님은 그렇게 여운 깊은 인도성지순례에 이어 책과 자료를 바탕으로 학문적 연구를 하고 공부하면서 많은 성지를 간접 경험했다. 그리고 틈틈이 티베트, 일본, 미얀마, 캄보디아, 태국, 중국 등으로 성지순례를 떠났다. 그 가운데 미얀마에서의 경험은 특별했다.
“미얀마에서 1년 3개월 동안 수행하고 공부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미얀마는 당시 지금보다 더 가난한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그곳의 불자들은 1년 동안 생활비를 아끼고 모은 돈을 절에 보시하고 있었습니다. 그 보시금이 불사에 쓰이고, 수행자들의 공양에 사용됐습니다. 15일 동안 미얀마 성지순례를 하면서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분들을 보면서 더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습니다.”

자신들의 기본 생활조차 어려운 처지에 돈을 모아 사찰에 보시하는 미얀마 불자들의 불심 앞에서 스님은 겸허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경험은 이후 스님이 더욱 정진하는 계기가 됐다.
인도, 미얀마 순례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 정운 스님은 실상 중국불교 순례를 가장 많이 했다. 특히 선종 관련 공부를 하면서 북경에 터 잡고 지내던 시절, 틈날 때마다 찾은 선종사찰과 관련한 순례 기록은 가히 독보적이다.
“짧게는 15일에서 길게는 25일까지 일정을 꾸려 홀로 순례길에 나섰습니다.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고려해 순례에 나섰지만, 시간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직접 찾은 옛 선지식들의 행로에서 특별한 감동이 전해질 때면 예정보다 길게 머물며 그 감동을 깊이 느끼려 했습니다.”
( 법보신문 2024.08.2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