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로그인 | 회원가입 | ID/PW 찾기  
동문동정
홈 > 동문_동문마당 > 동문동정
     동문동정 입니다.
         
역세권이 제일 중요하다고? 이제는 '템세권!'...효탄스님(18기,1981학번)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24-07-23 14:35
조회 : 7,141  

[점심 먹으러 템플스테이] 서울 심택사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사찰 서울 심택사의 템플스테이가 지역 주민들을 위한 배움과 휴식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서울 은평구 응암동의 ‘응’은 ‘매 응[鷹]’자를 쓴다. 뒷산인 백련산에 매를 닮은 바위가 있어 그렇게 불렀다. 백련산 자락의 심택사가 서 있는 동네는 옛날에 ‘냉정골’이라 불렀다. ‘정’이 깨끗할 정[淨]인지 우물 정[井]인지 확실치 않은데 어쨌든 약수터가 있었다. ‘심택(深澤)’도 여기서 따온 이름이다. 마시기도 많이 마셨고 그 차가운 물로 목욕을 하면 병이 낫는다는 설화도 지녔다. 지금은 사라졌고 마을도 완전히 달라졌다.

대규모 재개발로 싹 갈아엎었다. 2000년 이후부터 고만고만한 연립주택들을 밀어낸 고층 아파트들이 대단지를 이뤘다. 언덕배기에 놓인 심택사 앞에도 온통 아파트들이다. 멀리 북한산은 머리끝만 보인다. 우람한 직사각형의 건조물들이 코앞까지 돌진해 조망권을 침해하는데 어쩌면 이것도 신선하다면 신선한 풍경이다. 반면 그 지리적 가까움은 정서적 가까움과는 아직 거리가 멀다. 한때는 민원이 빗발쳐서 목탁 한번 치기도 겁이 났다.

심택사는 1960년대에 터를 잡았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을 지낸 효탄스님이 주지로 부임해 절을 새로 꾸몄다. 지상 3층 지하 1층의 현대식 사찰이다. 문화센터처럼 세련됐고 편리하다. 낡은 대웅전과 종각도 손봤다. 소장하고 있는 <묘법연화경> 권권(券券)들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과 서울시유형문화재로 속속 등록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17년 전통사찰로 지정하며 그 가치를 공인했다. 순조롭게 쓰여지던 도심포교의 기록은 이윽고 난관에 부딪혔다.

재개발구역 바로 바깥에 위치했다는 게 문제였다.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투입된 데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키는 재개발 현장은 어디나 난전이다. 서울은 백병전 수준일 것이다. 죽을힘으로 소중한 보금자리를 마련한 사람들의 인심도 후할 리 없었다. 절에서 기도소리가 난다고 개가 짖는다고 구청에 신고가 들어갔다. 건건이 시비하고 툭하면 소송이 걸렸다. 종교까지 다르면 위해를 했다. 효탄스님은 어느 날 불상의 손가락이 잘린 걸 보고 기함했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의 기적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달리 말하면 사회를 떠나서는 동물만도 못한 존재로 전락한다는 이야기다. 서로가 부대껴야만 그나마 굴러가는 게 세상이다. 살고 싶으면, 겸손해야 한다. 평화를 원한다면 필연적으로 누군가는 져줘야 한다. 가뜩이나 억울하고 막막한데 ‘불교는 자비의 종교이니 스님이 참고 양보하라’는 소리를 들으면 얄미웠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스님이 스님답게 불교가 불교답게 살아가니까 앙금이 조금씩 걷혔다. 5곳의 어린이집과 2곳의 키움센터를 운영하면서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있다. 겨울마다 이웃을 위해 쌀을 주었다.

템플스테이도 얼어있는 가슴을 녹이고 있다. 지난 4월에 응암1동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당일형 ‘봄즐(봄을 즐겨요) 나눔’ 템플스테이. 동민(洞民)이라면 누구나 반나절 동안 심택사에 머물며 ‘소확행’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다. 이러쿵저러쿵해도, 부처님과 얼굴 맞대고 사는 사람들이 수혜자인 것이다. 현관만 나서도 절이 있고 집밥 먹듯이 사찰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건 쏠쏠한 행복. 집값보다 웰빙을 중시한다면, ‘역세권’만큼이나 훌륭한 입지조건이다.

업무협약은 잘 기능했다. 5월27일은 월요일이었는데 29명의 중장년 남녀들이 찾아왔다. 응암1동 관내 통장들의 특별한 내방이다. 오전 10시30분에 도착해 심택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부지런히 기념사진을 찍었다. 날씨가 화창해서 더욱 보기 좋았다. 공양간에선 진작부터 맛있는 밥 냄새가 일렁였다. 템플스테이 지도법사 중제스님이 손수 준비한 음식들이다. 한국사찰음식문화체험관에서 수강생들을 가르치는 전문가다. 푸르고 붉고 누른 나물과 채소들로 만든 반찬들이 침샘에 구멍을 뚫었다.

파와 마늘을 쓰지 않는데 맛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늘 궁금하다. 특식은 감자옹심이와 오이소박이. 비법을 알고 싶은 주부들은 먹기보다 구경한다고 더 바쁘다. 중제스님은 불교에서는 식사를 식사가 아니라 공양(供養)이라 한다면서 그 숭고한 의미를 풀어냈다. 나와 너와 우리 모두를 길러주는 음식, 소비가 아니라 배려하는 음식, 식욕이 아니라 박애를 위한 음식이다. 조미료의 공백을 진정성이 차고 넘치게 채운 것이다.

포교의 새로운 패러다임

배도 채워주지만 마음도 든든히 채워준다. 주지 스님이 심택사를 설명하면서 명상을 가르쳐주었다. 어른들은 코끝에 시선을 고정하고 한껏 숨을 들이마시며 뜻 깊은 체험을 했다. ‘좋은 말씀’도 푸짐하게 들었다. 아담한 체구에 자분자분한 화법을 쓰는 비구니 스님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참다운 노후는 무엇인지 갈피를 잡았다. 그동안 절에 간대봐야 관광이 전부였는데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까지 했다. 유경숙 응암1동장이 통장들을 인솔해 왔다. “관내에 전통사찰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는데 그 절이 기부도 많이 하시고 봉사도 많이 해주시니 주민들이 불교와 조금씩 친근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은 아이들로 북적였다. 지역아동센터에서 단체로 참여했다. 사찰식 피자를 내놓았더니 환호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의외로 불교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고 스님들이 친절하게 답해주었다. 일요일 어느 IT회사 직원들이 워크숍으로 이미 다녀간 뒤다. 평일과 휴일을 가리지 않고 신청자들이 밀려든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기다. 사찰의 문턱을 낮추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준비한 것이 주효했다. 응암1동을 넘어 은평구 전체와의 업무협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포교의 핵심은 이제 법회나 행사가 아니라 템플스테이라는 것을 깨달아가는 중이다.

종교적 접근은 아무래도 껄끄럽다. 템플스테이는 계층과 신앙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소통과 융화가 쉽다. 다만 시집살이 아닌 세상살이가 어디 있을까. 다들 일정하게 눈치보고 의식하면서 살아간다. 주민들과의 불신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아무쪼록 템플스테이가 좀 나서서 중재해주기를 기대한다. 확실히 희망은 봤다. 템플스테이는 분명 ‘삶의 질’을 높인다. 그 어떤 연령도 계층도 종교도 차별하지 않는다. 역세권 말고도 슬세권 맥세권 스세권 등등, 더 나은 삶을 위한 욕구들이 양산해낸 신조어들이다. ‘템세권’도 추가해야겠다.

 

■ 심택사 템플스테이

사찰음식과 함께 하는 '봄즐 템플스테이'(당일형)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3시까지. 사찰음식 체험, 명상(싱잉볼 명상, 차명상, 소리명상 중 1), 합장주 만들기 등.

찾아가는 길

주소

서울시 은평구 은평로20 나길 5-23 심택사

지하철 3호선 녹번역 3번출구에서 걸어서 6분 정도.

문의: (02)355-4607

예약: www.templestay.com


( 불교신문 2024.06.05 )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