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명 살리기’라는 소중한 불사에 진력 중인 생명나눔실천본부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30년간 불교계 유일 정부 지정 장기기증 운동단체라는 위상에 걸맞게 우리 사회 생명나눔 문화 확산을 이끌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이사장 두산 일면대종사(조계종 원로의원)가 있다. 2005년부터 이사장 소임을 맡은 일면스님은 조직을 확대하고 생명나눔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직접 앞장서며 생명나눔실천본부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여전히 열정 가득한 모습으로 현장을 누비며,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절박함과 책임감으로 일하고 있는 일면스님을 7월10일 남양주 불암사에서 만났다.
생명나눔실천본부의 역사는 1994년 3월 시작된다. 설립 당시엔 ‘생명공양실천회’라는 이름이었다. 불교적 가르침을 바탕으로 장기기증 운동을 해보자는 몇몇 스님과 재가자가 뜻을 모아 설립됐다. 초대 이사장은 제31대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법장스님이 맡았다. 하지만 당시엔 ‘장기기증’이라는 인식이 열악했던 시절이기에 활동은 녹록지 못했다. 그럼에도 생명나눔실천본부의 발걸음은 묵묵하게 이어졌다.
2005년 법장스님이 갑작스럽게 원적에 들면서 후임 이사장을 누가 맡을지에 관심이 모였다. 당시 본부 이사들의 강력한 추천과 부탁으로 그 원력을 일면스님이 이어받게 됐다. 일면스님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간 이식을 통해 다시 살아갈 힘을 얻은 ‘생명나눔의 산증인’이기에 의미는 남달랐다.

2000년 1월8일 오후 10시5분. 일면스님은 간 이식 수술을 받은 날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을 만나 인사까지 나누고 왔다”며 지금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하지만, 당시 상황은 심각했다.
스님이 처음 간 건강이 좋지 않다는 걸 알게 된 건 1982년. 병원에서 당장 치료를 받으라고 했지만, 큰일 아니란 생각으로 넘겨버렸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나, 1993년 결국 간경화로 인한 ‘시한부 판정’을 받게 됐다. 하지만 그때도 스님은 출가수행자로서 생사에 얽매이는 것보단, 맡은 종단 소임을 잘 수행하며 불교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마음으로 치료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 그렇게 골든타임은 지나갔고, 스님은 1998년 “길어야 2개월”이라는 결과를 받게 된다. 혼수상태에 빠져 응급사항이 발생하는 게 수차례. 얼굴은 검게 변했고, 복수가 차올랐다. 몸의 아픔뿐만 아니라 심적인 우울증도 찾아와 스님을 괴롭혔다.
모든 것을 정리할 때쯤, 불보살 가피를 받았다. 뇌사 장기기증자가 나타난 것. 그렇게 스님은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낯선 이의 간을 이식받아 건강을 되찾았다. 그리고 스님은 다짐했다. “덤으로 얻은 삶, 남을 위해 하지 못할 일은 없다는 생각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에 헌신하겠다”고.
서원을 지키기 위해 스님은 누구보다 더 열심히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 소임을 수행했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스님이 이사장을 맡을 당시만 해도 생명나눔 뜻을 함께하는 회원은 2000여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만명이 넘는다. 수치로만 보더라도 괄목할만한 성장이다.
‘생명나눔 문화’를 널리 확산시킨 것도 30년간의 성과로 꼽힌다. 스님은 “초대 이사장 법장스님 입적 후 법체를 동국대일산병원에 기증하는 모범을 보이며 불교계와 국민들 사이에 장기기증 운동이 확산된 것이 컸다”며 몸을 낮췄지만, 그 원력을 이어받은 일면스님이 단체 발전을 위해 노고를 모두가 알고 있다.

교계 넘어 우리 사회 전체
생명나눔 문화 전파 ‘성과’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장기기증 희망등록 사업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등록 사업 △환자 지원 사업 △자살 예방을 위한 생명존중 교육 사업 등 4가지 사업을 중점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스님에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업을 물어보니 “사람을 살리는 일에 경중이 있을 수 없다”는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도 스님은 ‘조혈모세포 기증 희망등록’과 ‘치료비 전달 지원 사업’을 힘줘 말했다.
조혈모세포는 혈액세포를 만드는 능력을 지닌 어머니 세포를 뜻하는데, 이를 백혈병 등 혈액암 환자가 적절한 시기에 이식받으면 완치될 수 있기에 중요하다. 또한 치료비 전달 사업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병을 치료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다시 건강을 되찾고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두 사업 모두 지금 당장이라도 ‘생명을 살리는 고귀한 불사’에 동참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면스님은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앞으로도 사업들을 충실하게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제구호 등 신규사업 ‘눈길’
다양한 방편으로 활동 나서
창립 30주년을 맞은 올해,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새로운 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이 중 지난 4월, 캄보디아에 의료물품 지원 선적식을 갖고 국제구호분야에 첫발을 뗀 것이 눈길을 끈다. 물론 이전에도 일면스님이 개별적으로 대만, 라오스 등에 물품 지원 등을 펼친 적이 있지만, 본부 차원의 국제 사업이기에 주목된다.

특히 스님은 오는 7월 말엔 직접 캄보디아 현지에 방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지구촌 이웃들에게 자비행을 실천할 계획이다. 스님은 “어려운 국가에 부처님 손길을 전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미얀마, 우즈베키스탄, 라오스 등 의료 인프라가 취약한 국가를 대상으로 지원을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올해 생명나눔실천본부는 △제1회 생명나눔 자선 골프대회 개최 △생명나눔 후원의집 지정 등 신규사업을 펼치며 새로운 방법으로 생명나눔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일면스님은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다채로운 방법으로 생명문화 확산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부처님 가르침이 녹아 있는 생명 존중 문화를 널리 전하기 위한 더욱 다양한 방편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금운동 활성화 과제
“불교신문의 역할 중요”
30년간 쉼 없이 달려온 생명나눔실천본부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선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까. 스님은 망설임 없이 ‘모금 운동의 활성화’를 꼽았다. 고통에 빠진 이들을 돕기 위해선 더 많은 재원 마련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스님은 “모금 운동 활성화를 위해선 불교신문 등 언론과 매스컴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 사람에게라도 더 생명나눔의 가치와 의미가 전달되길 바라는 스님의 절실한 마음이 담겨있었다.
그동안의 30년이 눈부셨던 만큼, 앞으로의 30년도 기대가 된다. 오는 10월12일에는 서울 동국대 중강당에서 ‘창립 30주년 기념식’을 열어 그동안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다짐한다. 스님은 “작은 생명도 소중히 여기고 따뜻한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바로 생명나눔”이라며 “늘 그래왔듯, 변함없이 생명나눔의 가치를 사회 곳곳에 알리는 일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스님과 이야기를 나눈 이날 스님이 회주 소임을 맡고 있는 남양주 불암사는 생명나눔 후원사찰 1호로서 역할을 다할 것을 다짐하는 현판식이 열렸다. 단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겠다는 이사장 일면스님의 원력은 여전히 뜨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