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불교학회는 올해부터 학회지 논문 게재료 완전 면제 사업을 추진합니다.”
한국불교학회 제26대 회장으로 취임한 자현 스님이 7월 9일 서울 인사동 코피발리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향후 학회 사업 계획 중 일부다. 이날 자현 스님은 “시대 변화에 따라 학회도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신진학자들의 논문 게재료 면제 등을 통해 불교학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자현 스님은 올해 사업 계획으로 △논문 게재료 완전 면제 △신진학자 심사료 지원 △학회 연회비 하향 △응용불교 영역 확대 △편집위원장 권한 독립 △논문심사 배점 기준 재조정 △재정 투명화 확립 △불교 학술 행사 안내 연동 △무료 논문 다운로드 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논문 게재료 완전 면제를 1번 사업으로 내세운 데는 이유가 있다. 현재 불교계 학회마다 차이가 있지만, 학회지 게재 논문에 대해 소정의 게재료를 받고 있다. 투고된 원고 매수가 학회 규정 기준을 초과할 경우 초과된 분량만큼 게재료를 추가로 지불하기도 한다. 일부 학회에서는 일반 투고 논문들에게는 게재료를 받지 않지만, 사사(연구비 지원) 논문에 대해서는 게재료를 받는다.
신진학자들은 꾸준히 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하며 자신의 연구 성과를 알릴 필요가 있지만, 일정한 수입이 없는 경우가 많아 학회지 논문 게재료가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에 자현 스님은 “신진학자와 불교학 활성화를 위해 한국불교학회는 불교계 최초로 학회지 논문 게재료를 면제하려 한다. 분량이 많은 논문에 초과 게재료도 부과하지 않겠다. 연구비 지원 논문이나 전임 교수의 논문도 게재료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논문 게재료를 받지 않을 경우 연간 700~1000만원 가량의 적자가 예상된다. 이는 학회 내 발전기금으로 충당할 것”이라며 “전임교원 등 형편이 괜찮으신 선배 학자들이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후학들이 혜택을 받아 성장하는 것이 선순환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자현 스님은 학회에 매년 2000만원의 발전 기금을 후원할 계획이다.
학회의 적자를 예상하면서도 자현 스님이 “논문 게재료를 받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이유는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불교학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외연을 넓히는 것이다. 생애 처음 등재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신진학자에게 심사비 9만원을 환급하는 것도, 연 10만원의 학회 연회비를 5만원으로 낮추려는 것도, 학회지에 응용불교학 영역을 별도로 배정해 논문을 투고토록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자현 스님은 “사실 학회들이 형편이 어려워 학회비를 상향한 경우가 많다. 열심히 논문을 투고하는 연구자들이야 이 회비가 부담되는 돈은 아니지만, 2~3년에 한 번 논문을 게재하는 연구자에게는 적은 금액이 아니다”면서 “회원들에게 부담을 줄이고, 학회 진입을 낮춰 불교학의 외연을 넓히려 한다”고 밝혔다.

자현 스님은 매년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춘·추계 학술대회, 워크숍의 주제와 발표 방식에도 변화를 줄 방침이다. 추구하는 기조는 소위 ‘알뜰신잡’식 코드에 가깝다. “포털에서 찾을 수 있는 일반 보편적 지식과 전문적 지식의 중간에 있는 영역”을 관심 있게 보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학술행사를 열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현 스님은 현재 구상 중인 학술행사 주제로 존엄사, 낙태, 인공지능 윤리 등을 제시했다. 스님은 “현대사회에서 불거진 존엄사나 낙태, 생명 복제 등의 문제들에서 기독교 등 다른 종교들은 매우 불리하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자기 결정으로 이뤄지는 불교는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다”면서 “현 시대에 불교가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들을 학회에서 이야기해보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회 학술행사에서는 발표문을 별도로 작성하지 않고, PPT로 발표해 청중들이 몰입감을 갖고 경청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필요한 연구 내용은 학회지 논문으로 발표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자현 스님은 학회의 재정 투명화를 위해 상근 직원을 채용해 매달 입출금 내역을 회원들에게 공지하며, 법인 감사 중 1인을 외부 전문가로 둬 감사의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다. 한국불교학회 홈페이지에 모든 불교 학술행사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과 무료 논문 다운로드 시스템을 구축도 추진한다.
자현 스님은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빈 살만이 ‘우리는 벤츠와 포르쉐를 타고 있지만, 후대는 낙타를 타고 다닐 수 있다’고 했다. 부국(富國)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변화가 시급하다는 이야기다. 마찬가지로 한국불교학계로 변화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현재 추진하려는 것은 불교학의 외연을 넓히기 위한 실험적 시도들”이라면서 “불교학을 공부한 연구자들을 학계로 흡수시키면서 공부의 열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후학들이 뛸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앞서 간 사람들의 도덕적 의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