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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하는 대강백 스님이 시(詩)로 풀어낸 게송...법산스님(4기,1967)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25-05-16 09:23
조회 : 5,455  

25년 평생 후학 가르친
법산스님이 선방에서 쓴
2번째 시집 123수 수록

“좋아할 것 따로 없고
싫어한들 무슨 상관…”

법산스님은 5월14일 출판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 번째 시집을 소개했다. 스님의 시는 수행하면서 체험한 행복에 대한 독백처럼 들린다.
법산스님은 5월14일 출판 기자간담회를 열고 두 번째 시집을 소개했다. 스님의 시는 수행하면서 체험한 행복에 대한 독백처럼 들린다.

법산스님은 대강백이다. 스님의 이력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선학과 교수로 25년간 후학을 양성하고, 한국인도철학회장, 정토학회장 등 불교학술단체에서 활약했으니 당연하다. 그런 스님이 시집을 냈다. 그것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다. 딱딱하다는 선입견이 작용하는 학술논문을 쓰고 설파하던 스님이 ‘말랑말랑한’ 시(詩)라니. 의아하다는 생각보다 궁금했다. 부처님 법을 가르치던 대강백이 쓴 시는 어떨지가.

법산스님이 시집 <나는 어디로 가나>를 출간했다. 스님의 두 번째 시집이다. 첫 시집 <나는 누구인가?>는 2017년 나왔다. 첫 시집은 남원 백장암 선원에 방부를 들인 스님이 수행 중에 풀어낸 시의 모음집이라면, <나는 어디로 가나>는 그 후 지리산 남산사 고경선원에서 안거를 지내면서 “심상이 떠올라 끄적거린 글”이다. 스님은 시를 쓰게 된 연원을 이렇게 표현했다. “산에 가만히 적적하게 앉았는데 떠오르는 것이 있어 끄적거리게 됐다.” 우연히 시인인 도반이 시를 보게 됐는데 등단해도 될 만한 솜씨라는 칭찬을 받았다. 스님의 시집은 이렇게 탄생했다.

나는 어디로 가나
법산경일 스님 / 백산출판사

나는 어디로 가나
나는 어디로 가나

두 시집 모두 선방에서 쓴 시가 바탕이 됐다. 스님 스스로는 시라고 했지만, 게송과 다르지 않다. 수행자가 깨달음의 경지에서 쓴 시가 게송이라고 한다면, 법산스님 또한 선방에서 산과 자연 속에서 수행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짧은 글로 표현한 것이니. 시쳇말로 ‘시’라고 쓰고 ‘게송’이라고 읽어도 무방할 듯하다. 스님은 일흔 연세를 넘겨서까지 안거 철마다 선원을 찾아 방부를 들였다. 금강경 강독은 10만 독을 목표로 2001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벌써 7만6000독을 넘겼다. 스님의 시를 게송이라고 하는 이유다.

‘밤새 하얀 눈이 내려/ 온 산천을 흰 천으로 덮고/ 무심한 새벽달은 구름 따라 흐르고/ 차디찬 바람은 콧살을 여미네// 오롯이 앉아 조는 듯 가냘픈 시선/ 텅 빈 허공을 헤매는 나그네/ 낡아가는 세포를 부둥켜안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나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 하얀 눈 덮인다고 큰 산이 가려지나/ 검은 구름 걷히는 날 옛 거울 빛나리라.’ 시집 중 대표작 ‘나는 어디로 가나’다. 시어는 말랑하지만 시 전체를 보면 수행자의 고뇌가 절절하게 느껴진다.

게송을 시처럼 표현한 시집의 또 다른 특징은 사진이다. 시마다 달린 사진의 대부분은 스님이 직접 찍었다.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들이 시와 조화를 이루고 있다. 사진은 또 다른 게송으로 여겨진다. 시가 전통적인 게송이라면 사진은 현대적인 의미의 게송이다. 세간에 대한 지극한 애정과 자비를 사진으로 남겼기 때문이다. “일체 생명이 다 친구입니다. 하나도 귀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겨우내/ 가랑잎 덮고/ 흙 속에 묻혀/ 흔적 없더니// 따스한 햇볕/ 차가운 봄비/ 감미로운 봄바람에/ 얼굴 내민 야생화// 아침 이슬에/ 꽃단장하고/ 활짝 미소 짓는/ 아름다운 야생화.’ -시 ‘들꽃’


법산스님은 5월14일 출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스님의 시는 수행하면서 체험한 행복에 대한 독백처럼 들린다.


스님은 시집 두 권 정도 더 낼 수 있다고 했다. 언제쯤이라는 물음에 “몰라”라는 답이 돌아왔다. 혹시 시집을 통해 세상이나 후학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 “없다”는 말씀은 이제 이해가 된다. “과거는 지나갔고, 현재는 변화하며,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냥 살면 된다.” 스님의 시는 수행하면서 체험한 행복에 대한 독백이 아닐까.

스님의 시 ‘있는 그대로’다. ‘잎이 피면/ 봄이 온 듯/ 잎이 지면/ 가을인 듯// 뼈만 남은 나무/ 겨울도 마다하지 않고/ 눈보라 몰아쳐도/ 늠름함 그대로// 좋아할 것 따로 없고/ 싫어한들 무슨 상관/ 한마음 나뭇가지처럼/ 계절 따라 꽃피우리.’

법산 경일대종사는 1945년 남해에서 태어나 남해 화방사로 출가했다. 동국대 선학과 교수, 불교대학장, 불교문화연구원장, 동국대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동국대 명예교수이자 조계종 법계위원장, 영축총림 통도사 염불원장 등의 소임을 살고 있다.

( 불교신문 2025.05.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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