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로그인 | 회원가입 | ID/PW 찾기  
동문동정
홈 > 동문_동문마당 > 동문동정
     동문동정 입니다.
         
우리만큼 힘든 이방인들에 따뜻한 ‘차 한 잔’...영담스님(11기,1974)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25-05-07 12:21
조회 : 4,733  

[‘다문화’ 템플스테이] 부천 석왕사

석왕사 주지 영담스님이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외국인들에게 선물할 한국어 교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석왕사 주지 영담스님이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외국인들에게 선물할 한국어 교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천은 서울과 인천의 중간 지점이다. 최초의 철도노선 경인선이 1899년 개통되면서 자연스럽게 도시화가 전개됐다. 부평역과 오류동역 사이에 소사역(지금의 부천역)이 설치됐고 역세권에 일본인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 1970년대 산업화가 일어나면서 더욱 북적이게 됐다. 서울 서남부와 인천 동부의 공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베드타운’으로 자리했다. 일요일이라고 잠만 자지는 않는다. 개발도상국의 근로자들은 고된 노동과 값싼 임금에 허덕여 의지할 곳이 필요한데 그 역할은 거의 교회가 했다.

1976년 세워진 석왕사가 좁은 틈을 파고들었다. 개신교 신자들의 반발과 훼방은 집요했는데 용기와 뚝심으로 기어이 극복해냈다. 빈민포교에 나서며 야학을 열고 택시기사들을 위한 법회를 열었다. 석왕사에서 몰래 집회를 갖던 노동운동가들은 훗날 정치인이 되었다. 소설 <원미동 사람들>의 주요 배경인 아파트가 코앞에 있다. 절에 가보면 절이라기보다는 종합복지센터 느낌이다. 생활협동조합, 무료진료소, 수영장, 어린이집, 유치원, 장례식장, 납골당을 완비했다. 그만큼 주민과 일상에 밀착해 있다. 이래저래 말들은 많아도 한국은 현재 객관적으로 선진국이다. 과거의 노동자들이 좀 살 만해지면서 이제는 이주노동자들이 석왕사에 다가간다.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안식처

4월14일엔 봄비가 내렸다. 수십 명의 외국인들이 우산을 쓰고 석왕사를 찾았다. 베트남인들이 가장 많았고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필리핀 러시아 파나마까지 국적이 다양하다. 직장인도 있고 유학생도 있고 전업주부도 있다. 한국어도 배울 수 있고 차도 마실 수 있는 템플스테이에 참여하려는 발길이다. 오전 10시부터 다도가 진행됐다. 주지 영담스님이 직접 지도했다. 조계종의 대종사(大宗師)로서 오늘날 석왕사의 명성을 일구었다. 스승인 고산스님(1934~2021)은 차의 대가였다. 초의(草衣)선사로부터 싹튼 한국 다도의 맥을 계승한 인물이다. 평소 “차를 마시는 한 생각에 부처님의 경지에 들어갈 수 있다”고 가르쳤다. “다인(茶人)이라면 근검절약과 겸양하심을 근본으로 삼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유지를 영담스님이 쉽고 친절하게 설명했다. 따끈한 발효차 한 잔으로 비 내려 차갑고 울적해진 체온을 다독였다.

사단법인 한국선다회 회원들이 고요하고 근엄하게 시연하는 다도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매우 ‘동양적인’ 장면이다. 영담스님은 “타국에서 여러 어려움을 겪겠지만 슬기롭게 잘 해쳐나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BTS의 소속사가 기증한 한국어 교육교재를 선물했다. 다도를 마치면 한국어 수업시간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처럼 그림이 많고 글씨가 큰 책에 열심히 한글을 옮겨 적었다.

1995년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이 개설됐다. 민주화의 성공으로 토착 노동자의 권익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 경제적으로도 호황이 이어지고 노동조합이 막강해졌다. 월급도 목소리도 사회 전반적으로 크게 높아지면서 반대급부로 초저임금 노동시장을 채울 인력이 절실해졌다. 결국 정부는 1991년 ‘해외투자기업연수생 제도’를 만들어 한국보다 못 사는 나라의 국민들을 데려와 그 공백을 메웠다. 이른바 이주노동자들이다. 돈을 조금만 주고 험한 일을 시켜도 되는 사람들이었고, 법으로 보호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었다.

부천외국인노동자의 집은 이들에게 법률, 의료, 재활, 교육, 생활지원 등의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지켜줬다. 이 기관의 초대 이사장이 영담스님이다. 도움은 부천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부천시외국인주민지원센터로 확장됐다. 모두 석왕사가 부천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한다. 한국어가 서툰 부천 거주 외국인들은 석왕사가 고맙다. 이주노동자 남성과 결혼이민자 여성이 대부분이다. 자녀와 관련해 담임교사와 상담을 해야 할 때도 동행해주고, 은행도 같이 가서 볼일을 도와준다. 사실상 통역이다. 한국인끼리라도 의사소통이 원활한 것은 아니다. 엄승혜 석왕사 사무장은 “며칠 전 은둔형 외톨이 청년 20여 명이 템플스테이를 하고 갔는데 다들 표정이 좋아졌다”고 전했다.

마음도 ‘인격도’ 덥히는 다도

국내 외국인 비율은 5% 남짓이며 대한민국은 외국인에 관대한 편이다. 자유주의적 다문화주의를 표방한다. 국적 취득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국가다. 한국어 습득이 좀 부족하더라도 용인한다. 식인이나 동혼(童婚)이나 명예살인 따위의 자기네 풍습을 고집하지 않는다면, 동화(同化)를 강요하지도 않는다. 산업화든 민주화든 정보화든 다원화든 뭐든 빠르다. 시쳇말로 ‘국뽕’일 수도 있겠으나 참 대단한 나라이기는 하다. 그렇다고 알다시피 사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범죄도시’라는 불명예가 씌워진 곳에는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산다. 물론 그것은 민족성이라는 ‘본성’이 아니라 가난과 차별이라는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엄밀하게는 욕심과 분노 때문이다. 2023년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의 범죄율은 1.94%으로 한국인의 2.45%보다 낮다. 반면 강력범죄율은 2.18%로 한국인의 1.83%보다 높다. 집값이 비싼 지역일수록 흉악범죄가 자주 발생한다는 수치도 있다. 언제 어디서나 먹고사는 문제 앞에서 인간은 늘 초라하고 신경질적이고 때로는 위험하다. 고산대종사의 게송 가운데 이런 구절이 있다. “차의 향기 떨친 곳에 현인(賢人)들이 모이고 술 냄새 풍기는 곳에 천인(賤人)들이 모인다.” 다(茶)문화는 다(多)문화의 스승이겠다.





■ 석왕사 템플스테이
도심 속 템플스테이(당일형)

: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108배, 다도, 108염주 만들기, <반야심경> 사경, 원미산 둘레길 걷기 등 매주 다른 프로그램.

찾아가는 길

[주소]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소사로 367 (원미동 산29-30)
지하철 1호선/서해선 소사역 2번출구 도보 10분\
문의: (032)663-7771~5
예약: www.templestay.com

( 불교신문 2025.05.06 )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