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비·스·독-비구니 스님들의 독립운동 이야기’ 공연 피날레 모습](https://cdn.ibulgyo.com/news/photo/202502/423235_441985_4944.gif)

“말 타는 비구니 처음 보냐!”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공연장에 울려 퍼진 외침에 객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일제강점기, 일제에 맞서 다친 민중들을 도우려 말을 타고 이동하던 비구니 스님 모습은 이들의 독립운동이 얼마나 담대하고 강인했는지 단번에 보여줬다. 종교를 넘어 조국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인간의 존엄을 지켜내기 위한 역사 현장이 무대 위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전국비구니회(회장 광용스님)가 주최하고 한국비구니승가연구소(소장 심원스님)가 주관하는 다큐 뮤지컬 ‘비·스·독-비구니 스님들의 독립운동 이야기’가 2월28일 막을 올렸다. 3·1절을 하루 앞둔 이날 공연장에는 조계종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많은 불교계 인사들과 관객들이 찾아 일찍부터 만석을 이뤘다.

‘비·스·독’은 오랫동안 역사 속에 묻혀있던 비구니 스님들의 독립운동 이야기다.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의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있지만, 승복을 입은 여성들의 헌신은 그동안 가려져 있었다.
연출을 맡은 이진구 감독은 “역대 비구니 스님들의 역사를 연구하고 정리하던 중 독립운동 흔적을 발견했다”며 “후손으로서 죄송한 마음이 들었고, 세상에 꼭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에 상좌 스님들을 찾아다니며 스님들의 발자취를 따라갔다”고 기획 계기를 전했다.
비·스·독에는 독립을 위해 소리 없이 헌신한 다섯 명의 비구니 스님들의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담아냈다.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한 옥수동 미타사 비구니 스님들과, 유관순의 도반으로 밤마다 거리에 태극기를 붙였던 보각스님(1904~2006), 임시정부에 자금과 서신을 전달하다 일제에 잡혀 고초를 겪은 옥봉스님(1913~2010), 말을 타고 제주도 전역을 누비며 독립운동을 돕고, 제주불교 중흥에 헌신한 봉려관스님(1865~1938), 그의 상좌 성해스님(1889~1982), 독립운동 인사들을 배면에서 지원한 상근스님(1872~1951)의 이야기다.

“누구도 누구를 지배할 수 없어. 꽃은 꽃대로. 인간은 인간대로 저마다 삶을 살아야해.”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바로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그들 옆에서 지켜주리라.”
개막공연에서는 비구니 스님들의 담대하고 강인한 저항과 헌신이 무대 위에서 생생하게 재현됐다. 경쾌하고도 애절한 춤과 노래가 더해진 현대적인 연출에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스님들의 숨은 활약은 공연장을 숨죽이게 했다. 독립운동가에게 서신을 전달하기 위해 뛰어난 그림 재능으로 일본 순사의 마음을 움직였던 옥봉스님 이야기는 예술을 통한 저항의 아름다움을 보여줬다. 극의 마지막, 허공에 그림을 그리는 몸짓으로 펼쳐낸 수행자의 면모는 깊은 감동을 전했다.
봉려관스님은 온갖 멸시와 조롱에도 말을 타고 제주도 전역을 누비며 다친 민중들을 치료하고 자금을 조달했다. 고난의 시대를 넘어 “좋은 세상이다” 나지막이 읇조리는 보각스님의 마지막 모습은 희망의 소중함과 평화의 가치를 돌아보게 했다.
이날 공연장은 일찍부터 만석을 이뤘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을 비롯한 많은 불교계 인사들과 관객들이 참석해 공연을 관람했다.
시사회 후 감상평을 전하는 총무원장 진우스님.
개막공연은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갈채와 환호 속에서 마무리됐다. 총무원장 진우스님은 무대에 올라 “평소 영화나 연극을 봐도 10분 내로 잠이 드는데, 오늘은 잠이 오지 않았다”며 “한편으로는 감동받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비구니 스님들의 독립운동사를 몰랐다는 게 죄송하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이어 “독립운동사에서 역사적인 인물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서 많은 대중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총무원장으로서 도움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전했다.
전국비구니회장 광용스님.
전국비구니회장 광용스님은 “한순간도 눈 뗄 수 없는 공연을 선사해준 모두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그러면서 “역사가 없으면 오늘이 있을 수 없고, 공헌자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우리가 없을 것”이라며 “이 뮤지컬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에서 비구니 스님들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 교훈삼게 된다”고 전했다.
불자 예술인 대표로 가수 웅산 씨도 “예술인으로서 부럽고, 불자로서는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하게 된다”며 “스님들의 숭고한 뜻이 과거 기억에 머무르지 않도록 우리 역사와 스님들 정신 되새기자”고 말했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도 삼삼오오 모여 소감을 나눴다. 서순녀(78)씨는 “느리고 어둡지 않을까 했는데 밝고 맑았다. 춤추고 흥겹게 나오는데 ‘어머, 불교도 이렇게 할 수 있구나’ 싶었다”며 “비구니 스님들을 비롯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게 눈물나도록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지혜은(22), 정지민(21)씨도 “비구니 스님들의 독립운동 이야기를 전혀 몰랐는데, 감회가 새롭다. 고문을 당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강인하게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배울 점이 많았다”며 “그 모습 본받아서 어떤 상황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고 가야할 길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비구니 스님들의 독립운동 이야기, 비·스·독은 3월2일까지 3일간, 총 6회로 이어진다. 주최 측에 따르면 현재 3월2일 오후3시 공연은 매진됐으며, 3월1일 오후3시 공연은 매진 임박했다. 3월1일, 3월2일 오후7시 공연은 좌석이 남아있다. 예약 및 기타 문의는 이메일(lanzhi@naver.com)로 하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