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환자의 마음치유를 담당하는 ‘채플린’으로 일하고 있는 한국인 비구니 무구스님이 소식을 전해왔다. 관련 학위 취득 10여년 만에 미국 유수의 대학병원에서 후배들을 양성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고. ‘승복이 멋있다는’ 칭찬을 받았다는 스님은 이보다 더 빛나는 한국불교의 정신을 알리고 싶다.
나는 미국 LA에서 채플린으로 8년째 일하고 있다. 채플린은 병원에서 환자의 병실에 찾아가서 환자의 정신과 마음을 돌보는 직업이다. 3년 전 동료였던 채플린 교육 담당자(Chaplain Educator)가 다른 병원으로 이직하게 되면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채플린 무구, 당신이 채플린 교육 담당자가 되는 건 어때요?”
이 대화를 계기로 나는 채플린 교육 담당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게 되었다. 채플린 교육 담당자는 정식 채플린이 되기 위한 인턴과 레지던트들을 교육하고 지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채플린 교육 담당자가 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렵다. 최소 3~5년 정도 걸리는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하고, 병원의 지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곳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은 있었으나 작년 10월까지는 그 어떤 기회도 없었다. 그러던 중 나는 UCLA 병원에서 채플린 교육 담당자 과정인 CEC(Certified Educator Candidate) 과정 지원자를 찾는다는 공고를 보고 바로 지원했다. UCLA는 정말 유명한 병원이라 ‘내가 합격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긴 했지만 성실하게 지원서를 작성해 냈다.
2주쯤 지나자 1차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고 2차 서류를 내라고 했다. 2차 서류 전형은 꽤 까다로워 9가지 항목에 대해 20여장 분량으로 작성해야 했다. 주말 내내 이틀을 꼬박 써야만 했다. 그리고 2차 서류 전형에 통과되었다는 연락이 왔고, 12월에 두 명의 면접관과 1시간 동안 면접을 보았다. 면접 끝에 한 면접관이 이렇게 말했다.
“만약 오늘 면접에서 합격한다면 앞으로 계속 면접을 보셔야 합니다.”
나는 첫 번째 면접을 너무 자신감 넘치게 봤기 때문에 떨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2주 후 1차 면접에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최종적으로 3월에 2차 면접으로 총 두 번의 면접 날짜가 정해졌다.
2차 면접의 첫 번째 날에는 면접관 7명과 두 번째 날에는 면접관 6명과 함께 면접을 보았다. 이번에는 조금 겸손한 자세로 질문들에 하나하나 대답했다. 질문의 난도가 꽤 높아 대답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았고, 어떤 질문에는 순간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답을 찾지 못한 적도 있었다.
마지막 관문은 내 주위 사람들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묻는 ‘참고인 확인’이었다. 나는 채플린 교육 담당자 2명과 예전의 디렉터와 슈퍼바이저, 직장 동료 3명에게 부탁해 총 7명을 참고인으로 정했다. 그들은 내가 최종 후보에 오른 것에 대해 하나같이 기뻐했고, 진심으로 응원해 주었다.
참고인들이 확인서를 보낸 지 이틀 만에 최종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나는 참고인들에게 합격 소식을 전했고, 모두 기뻐해 주면서 격려의 말도 덧붙여 주었다.
“채플린 무구, UCLA에서 당신을 뽑은 건 그들에게 큰 행운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사려 깊고, 통찰력이 있고 따뜻한 사람이니까요.”
나는 이제 UCLA 병원에서 채플린 교육 담당자가 되기 위해 앞으로 최소 3~5년 동안의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한다. 지원서를 쓰고 면접을 보는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고 모두 통과하면 나는 미국 전체에서 불교인으로는 8번째, 스님으로는 최초로 채플린 교육 담당자가 될 것이다.
나는 UCLA 병원에 첫 출근을 한 날 병원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사진 속 병원 건물 맨 위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계속해서 발견하라, 마치 그것에 의지해서 사는 것처럼(Keep on Discovering like lives depend on it) 나는 새로운 병원 환경에서 새로운 것들을 배우며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것이고, 그렇게 그것에 의지하는 것처럼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UCLA 병원에 한국 스님으로서 또 다른 새로운 영향을 여러 사람들에게 미치게 될 것이다.
나는 짧은 오리엔테이션 기간 동안 여러 명의 미국인들로부터 나의 승복이 참 멋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나의 승복이 아니라 우리 불교가 얼마나 멋있는 종교인지, 채플린 교육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거치면서 천천히 미국인들에게 알려 주고 싶다.
무구스님은… 1999년 수계해 운문사승가대학과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했다. 2016년 미국 유니버시티 오브 더 웨스트에서 채플린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24년에는 불교 채플린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8年 시더스 사이나이 병원에서 임상 채플린 교육(CPE) 4과정 등을 이수했고, 2026년 4월부터 UCLA 대학교 병원에서 임상 채플린 교육 지도자 후보(CEC)로 근무하고 있다.
( 불교신문 2026.07.0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