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에 오르는 길목 서울 도봉산 무수골 계곡은 나에게는 자연과 꽃과 새를 맞이하는 춘영화조(春迎花鳥)의 행복함을 느끼게 하는 도량입니다.

요즈음 계곡의 물소리 바람소리, 연두색깔의 무성한 나뭇잎. 어쩌다 하나 둘씩 피어있는 철쭉꽃과 이름모를 야생화, 이 모든 것들이 내 오감(五感)을 감동시키며 기쁨과 즐거움 행복한 마음을 일으키게 합니다.

그래서 옛 선사께서는 춘영화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셨나 하고 스스로 음미해 봅니다. 또한 이 계곡의 이름을 나만이라도 ‘무우수(無憂殊)골’로 바꾸어 ‘근심 걱정이 없는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길목’으로 해석해 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춘영화조의 의미를 되새기며 사찰에 오르는 길목을 더욱 아름답게 내 마음의 도량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처음 사찰 주지로 부임하여 무우수골을 오르고 내릴 때는 보이지 않는 자연의 아름다음이 이제는 하나 둘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치 어느 시인이 ‘올라가며 보지 못한 꽃 내려오며 보았네’라는 구절처럼 말입니다. 가끔은 나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마음의 때를 씻는 경전의 가르침을 음미하며 부처님 말씀을 되새겨 봅니다.

“수행자여 항상 경전을 가까이하여 마음속에 간직하라. 마치 옷에 때가 묻으면 잿물(비누)로 몇 번이고 빨아 깨끗이 하는 것처럼 마음에 때가 낄 때에는 경전의 말씀으로 마음의 때를 씻어야 할 것이니라.”<불반니항경>

마치 옷에 때가 묻으면 비누로 몇 번이고 빨아 깨끗이 하는 것처럼 이 계곡을 오르고 내리는 반복의 연속이지만 오르고자 하는 급한 마음을 놓으니 기쁨과 즐거운 행복을 주고 있습니다. 달빛이 환하게 비친 지난 보름날 밤에 나는 일부러 절 마당을 걸으면서 달도 쳐다보고 달빛에 비친 내 모습의 그림자를 보면서 경전의 가르침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또한 달빛에 비친 뒤 산의 우이암과 서울시내 야경을 보면서 고요히 흐르는 적막 속에 걸음걸음 소리도 귀담아 들어 보았습니다. 아직도 메마른 내 심성에 여유가 부족함을 절실히 느껴집니다. 옛 조사스님께서는 월하공산(月下公山)를 노래하시며 경전독경의 낭랑함에 수행정진의 행복함을 노래합니다.

“수행자여 항상 경전을 가까이하여 마음속에 간직하라.”

휘영청 밝은 달빛아래 텅 빈 산사에서 고요히 울려 퍼진 경전독경의 염불소리는 부처님 가르침으로 마음의 때를 씻으며 법열의 노래로 춤을 추며 산사의 극락을 맛보는 노래였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대반열반경>에 말씀 하셨습니다. “계율을 청정히 지키고 경전을 읽고 외우며 법의 깊은 뜻을 생각하면 그것이야 말로 나에게 공양하는 것이니라.”

우리는 아직도 다양한 부처님 말씀의 경전 독경에 소홀하고 있습니다. 살아계시며 생생한 모습으로 자상하시며 당당하게 설하셨던 초기경전부터 중생세계와 자연세계 그리고 부처님세계까지 아름답게 장엄한 대승경전까지…

경전을 더 많이 읽고 공부하고 음미하며 마음의 영성을 따뜻하게 가꾸는 것이 필요할 때입니다. 경전의 말씀은 나를 비쳐 보는 거울이며 나를 변화시키는 수행의 원동력입니다. 삶에 지친 우리들에게 힘과 용기를 주며 심란한 마음에 안온과 평온을 줄 것입니다.

마음이 무겁거나 짜증이 날 때 자연과 함께하는 사찰 도량에서 향 하나 공양 올리고 부처님 경전을 한줄씩 독경한다면 마음의 때는 어느덧 환희의 법열에 함께 할 것입니다. 이 좋은 계절 신심의 원력으로 <법구경>이나 <숫타니파타경> 등 독경을 통하여 마음의 때를 씻으시고 여유와 행복 갖기를 기원 합니다.

[불교신문 2722호/ 5월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