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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산스님 / 논설위원ㆍ부산 홍법사 주지 | ||
뭔가 행사를 준비하려면 일기예보가 크게 작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날씨에 따른 사람들의 움직임이 민감하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는 선거가 그렇고 절에서는 초파일 행사가 또한 그렇다. 그래서 미리 관심가지는 것이 일기예보이다. 전에 비해 비교적 정확도가 높아진 요즘은 기상청의 예보를 거의 신뢰하는 정서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비 많이 온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올해는 참 조마조마한 부처님오신날을 보냈다. 이유는 일기예보였다. 친절하게도 일주일 전부터 “돌풍이 부네, 많은 비가 오네”하면서 분위기를 잡았다. 사려 깊은 친절에 오히려 혼란스러웠던 곳은 모든 절들이었다. 비는 많이 온다는데 점심 비빔밥을 많이 준비하기도 좀 그렇고 그렇다고 무시하기에는 그동안의 확률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전날까지도 오락가락하는 날씨는 그야말로 혼돈과 갈등 사이를 수없이 오가게 만들었다. 사고로 관절을 다쳐 몸 자체가 기상청인 신도는 비가 올 확률이 적다고 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하늘은 개었다 흐려지기를 달리하는 상황에서 그동안의 신뢰에도 불구하고 예보에 대한 의구심까지 들게 만들었다. 진짜 비가 온다는 말인지 아니면 어떤 책임으로부터도 자유롭기 위한 면피용 예보인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어떤 의도인지 이것 참 난감한 일이었다.
고민 끝에 우리는 공양준비를 반으로 줄였다. 그러다보니 일은 많이 수월해졌다. 동시에 밖에서 열기로 한 먹거리 장터나 모든 이벤트를 취소하거나 축소했다. 중요한 관불의식인 탄생불도 대웅보전 안에 장엄하고 오후 2시에 잔디 마당에서 해오던 스승의 날 행사와 동자승 부모상봉식, 그리고 어린이.청소년, 대학생들이 준비한 모든 공연도 대웅보전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이렇게 마음을 비우고 나니 행사가 절반 이상 줄어든 느낌이다.
1년을 기다려 환희로울대로 환희로워야 할 이 날에 돌풍과 장대비가 온다면 이것은 대략난감이다. 드디어 부처님오신날 아침이 되었다. 새벽에는 다소 비가 오는가 싶더니 아침이 되자 비가 그치고 새소리가 들려왔다. 그때부터 다행히 비는 오지 않고 해와 구름이 교차하는 미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급선회한 날씨에 고무되어 오후 일정은 다시 잔디마당으로 바뀌었다. 야외무대와 풍성한 음향이 설치되고 구름이 해를 가려 더없이 여유로워진 공연장은 사람들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어린이 사물로 문을 연 공연은 현란한 드럼의 보컬그룹의 연주로 마무리했다. 대웅보전 앞 대형 향로에는 향연기가 자욱하고 연등접수처에는 공덕의 인연을 달려는 청정한 시주의 행렬이 줄을 잇고 있었다.
급선회한 날씨에 ‘고무’
보이는 그대로 부처님 나라다. 웃음과 행복, 그리고 가족애가 묻어나는 도량 곳곳에서는 오랜만에 만난 신도들이 멀리서 온 자식들을 소개하고 인사시키는 아름다운 풍경이 자연스럽다. 더욱 감사한 것은 모두 가족단위로 온다는 사실이다. 갓난아이를 안은 젊은 부부에서 휠체어에 야윈 몸을 맡긴 연로하신 할머니까지 어느 누구도 소외되지 않은 경사스러운 날이라는 것이 고맙다. 일기예보야 어떻든 부처님의 가피는 무심하지 않았다. 부처님 감사합니다.
[불교신문 2720호/ 5월2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