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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휴스님 / 권수정혜결사문 中...퇴휴스님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11-04-18 10:38
조회 : 10,266  
퇴휴스님 /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선다. 땅을 떠나서 일어나려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因地而倒者 因地而起 離地求起 無有是處也      - 권수정혜결사문 中
 
 
 
넘어진 그곳이 희망의 시작점
 
 
 
참으로 힘든 세상을 살고 있다. 부처님이 이 세상을 ‘참고 살아가는 쓰디쓴 세상(堪忍土)’이라는 의미의 ‘사바세계’라고 하신 말씀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물가, 대학생들의 1000만원대 등록금, 높은 실업, 특히 청년실업이나 비정규직문제 등의 고용불안, 집을 사는 것은 고사하고 전세조차 얻기 어려운 형편, 게다가 일본 원자력 발전소의 방사능 유출에 따른 불안감. 참으로 불안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이다. 특히 서민들의 삶은 참으로 팍팍한 것이 사실이다.
 
 
해결의 실마리는 넘어진 그 자리에 있어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서야’
 
 
아무리 허리띠를 졸라매고 아끼고 저축한들 좀 더 형편이 나아질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만다. 결국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하여 지금 참고 기다릴 수 있는 희망을 앗아가고 만다. 그래서 ‘포기 소비’라는 말이 있다. 어차피 희망이 없을 바에는 쓰고나 보자는 생각이다.
 
세상을 살기가 힘들다기보다는 희망을 포기하는 것이 가장 무서운 것이다.
 
물론 오죽하면 포기를 할까마는, 이런 사람들에게 포기를 다시 재고해야 함을 말하는 말씀이 있다.
고려시대에 보조국사 지눌스님(知訥, 1158~1210)께서는 당시 불교계가 불자(佛子)로서의 본분을 지키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명리(名利)를 추구하고, 선(禪)과 교(敎)가 상호를 비방함을 개탄하면서 이런 추태를 통렬히 비난했다.
 
시대를 고민했던 지눌은 오늘날의 영천 거조사(居祖寺)에서 도반 3~4인들과 함께 수행자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결사(結社)를 시작했다. 한국불교의 큰 흐름을 만들어놓은 ‘정혜(定慧)결사(結社)’가 바로 이것이다. 후에 오늘날의 송광사인 수선사(修禪社)로 결사는 이어졌다.
 
이때 정혜결사를 시작하면서 그 취지를 담고 있는 명문(名文)이 있는데 그것이 권수정혜결사문(勸修定慧結社文)이다. 이 결사문은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선다(因地而倒者 因地而起)”고 첫머리가 시작된다. 이어서 “땅을 떠나서 일어나려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離地求起 無有是處也)”고 지적하고 있다.
 
아무리 험난하고 절망적이라 해도 해결의 실마리는 넘어진 그 자리에 있다는 말씀이다. 회피하거나 돌아갈 것이 아니라 지금 처한 상황에서 이를 딛고 일어서라는 것이다. 넘어진 그곳이 희망이 시작되는 자리인 것이다.
 
원망하지 말자. 절망하지 말자. 내가 받아야 할 인과라면 빨리 받고 새로 시작하는 편이 편안하지 않겠는가?
 
이 세상에 원인이 없는 결과는 어느 것도 없다고 부처님은 말씀하지 아니하던가? 실패를 거듭하면서 그 교훈을 생각해 보지 못한다면 그 실패는 단지 실패일 뿐이다. 하지만 그 실패를 디딤돌 삼아 다시는 같은 실패를 거듭하지 않는다면 그 실패는 결코 실패가 아니다. 귀한 경험이다. 고난과 고통도 이곳이지만 이곳이 바로 희망과 행복이 시작되는 터전임을 잊지 말자. 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딛고 일어서자.
 
 
[불교신문 2712호/ 4월16일자]
2011-04-13 오전 9:23:50 /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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