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 스님 팔순 회고록 출간
삶의 궤적과 생명나눔 여정
“살아있음, 누군가의 은혜 덕”

“지금은 덤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2000년 이름 모를 청년에게 간 이식을 받은 후 축구로 치면 ‘연장전’을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연장전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모르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단 한 명이라도 더 살리는 데 여생을 바치겠습니다.”
조계종 원로의원이자 생명나눔실천본부 이사장인 일면 스님의 삶은 간이식 수술 전후로 나뉜다. 수술 전까지는 인생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소중함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름 모를 청년 덕에 삶을 이어 나갈 수 있었고, 타인의 목숨을 살린 그 숭고한 정신을 늘 마음에 되새기면서 여생은 오롯이 남을 위해 살아가겠노라 다짐했다.
26년 전 얻은 ‘두 번째 삶’을 오롯이 생명나눔을 위해 정진해 온 일면 스님이 팔순을 맞아 회고록 <생명나눔, 일면입니다>를 펴냈다. 8월 31일 서울 생명나눔실천본부 회의실에서 열린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스님은 “한 생을 돌아보니 만났던 모든 인연이 부처님이었고 은혜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책은 유년 시절의 출가부터 수행, 종단 소임과 군 포교 활동은 물론 지난 20여 년간 이어온 생명나눔 운동까지 80년 삶의 궤적을 진솔하게 담아냈다. 특히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은 스님이 ‘살아있다는 것은 누군가의 은혜’라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또 다른 생명을 살리는 회향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을 상세히 기록했다.
젊은 시절 배구 선수를 할 만큼 건강했던 스님에게 시련이 찾아온 것은 1982년. 선진 복지를 배우기 위해 일본 유학을 준비하던 중 몸의 피로를 느껴 찾은 병원에서 병을 발견하게 됐고, 이후 1999년 간경화로 2개월밖에 못 산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생의 모든 인연을 정리하던 중 2000년 이름 모를 청년 뇌사자의 장기 기증 덕분에 간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수술 직후 간병인 몰래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물을 흘린 뒤 창밖 풍광을 바라보았던 순간은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꽃다운 스물두 살에 세상을 떠나며 새 생명을 준 이름 모를 청년을 ‘선재 영가’라 부르고 그의 몫까지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것이다.
스님은 부처님이 영겁의 세월 동안 축생으로 화현해 자신의 몸을 보시하는 등 삼악도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자비행을 실천한 뜻을 되새기며, 두 번째 삶을 ‘아픔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바치겠다’고 서원했다. 2005년 9월, 생명나눔실천본부를 10여 년간 이끌어 온 이사장 법장 스님이 갑작스레 입적한 후 같은 해 11월 만장일치로 차기 이사장에 추대됐다. 이후 약 20년간 1300여 명의 환우를 위한 모금과 치료비 지원, 수술 연계를 이어오며 불교의 자비행인 ‘하화중생(下化衆生)’을 구체적인 사회복지로 실천해 왔다.
스님은 “현재 장기이식 대기자가 6만여 명에 달하지만 국내 뇌사자 기증 비율은 5% 수준으로 선진국(37~40%)에 한참 못 미친다”며 “뇌사자 한 명이 최대 9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장기 기증 활성화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생명나눔 초창기, 뇌사 판정을 받은 32세 공무원의 유가족을 세 번이나 찾아가 설득해 5명을 살리고 49재까지 직접 챙겼던 사례를 회고하며, 기증에 대한 사회의 적극적 관심과 참여를 호소했다.
“살아있다는 건 누군가의 은혜 덕분”이라고 전한 일면 스님은 “함께해 준 인연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돌아보니 모두가 부처님이었다”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또 “평생 노력하며 살았지만 늘 스스로 ‘2% 부족하다’고 느껴 인생 점수를 ‘59점’으로 매겼다”며 지난 삶을 돌아봤다.
“겉으로는 수행자다운 척을 했을지 몰라도 참된 수행자였는지 돌아보면 부끄럽습니다. ‘인연 따라 왔다, 부처님 은혜로 덤벙덤벙 살다가 인연 따라 간다’는 열반송을 생각하고 있어요. 남은 삶 동안 59점짜리 인생을 60점으로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