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엄스님 지음/ 리즈앤북
3막9장39품의 <화엄경>은 장편 드라마이다. 방대하고 다양한 비유에 기죽을 필요는 없다. 깊은 철학적 이해에 위축될 필요도 없다. 단지 나 자신이 그 주인공이 돼 중심을 흐트리지 않고 전체 줄기를 놓치지 않으면 된다.

“화엄사상은 소설이나 영화, 그림, 노래, 또한 늘 올리는 예불과 염불, 사찰의 이름과 전각 등 우리의 일상과 함께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화엄경> 전문연구자인 정엄스님의 초보자를 위한 ‘화엄경 다이어트판’이 중심 뼈대를 살려 전체적 이해 돕기에 나섰다.

저자의 접근방법은 ‘화엄경이 보여주는 참 나’를 정확히 찾아낸 것이다. 수많은 화두를 낳은 경전임에도 불구하고 해설집도 많지 않은 미지의 세계를 파고드는 항해의 길잡이란 결국 자신이 좌표설정하고 정확성에 충실한 자세이다.

내면과 마주하기에 <화엄경> 적용

‘중생과 부처는 하나’ 깨달아야 행복

시공을 초월한 대서사시의 주인공인 ‘나’는 3막 곧 지상에서 천상을 거쳐 다시 지상으로 이어지는 범우주적 공간을 무대로 하고 있다. 내용은 9번 법회의 횟수(9장)와 39품으로 분류된 형태이다. 1회에서 7회까지의 법회가 핵심 포인트를 단계별로 짚어준 것이라면, 8회는 총정리이고 9회 법회인 ‘입법계품’은 ‘선재동자’가 나아갈 길로서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단계별 내용을 보자. 1회에서 보현보살이 부처님의 세계를 설하고, 2회는 문수보살이 믿음(信)에 대해 설하고, 3회에서 법혜보살이 십주(十住)법문, 4회에서 공덕림보살이 십행(十行)법문을, 5회에서 금강당보살이 십회향(十回向)법문, 6회에서 금강장보살이 십지(十地)법문을, 7회에서 등각과 묘각에 해당하는 정각(正覺)의 세계를 설하고, 8회에서 보살도를 총괄하고 있으며 마지막 9회에서 선재동자가 지금까지 설했던 부처님의 세계와 보살도를 재현하고 있다.

보다 쉽게 <화엄경>의 세계에 빠져들려면 선재동자와 자신을 일체화시키면 된다. “이제 정체된 관념들은 과감히 벗어던지고 우리 함께 살아 숨쉬고 있는 불교와의 만남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묻혀 있던 ‘참 나’를 찾아보려면 깨달음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는 바로 이 순간이 ‘참 나’를 찾는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저자의 주장은 “선재동자의 구도여행은 모든 차별을 버리고 법(法)이 인도하는 길로 나아가며, 스스로를 등불로 삼아 깨달음으로 나가는 희망의 여정”이란 점으로 귀결된다.

실제 선재동자는 52명의 선지식을 만난다. 이로써 <화엄경>을 쉽게 읽는 방법으로 “선재동자를 53번째 선지식으로 삼고, 생생한 진리 속으로 들어가라”고 주문한다. 특히 선지식은 보살 비구 장자 신선 바라문 여인 소년 소녀 국왕 상인 어부 금세공사 등 신분과 성별나이를 넘나드는 다양한 군상으로 등장된다. 이들 다양성에 맞춘 지도 방법이 <화엄경>의 핵심이다.

   
저자 정엄스님이 도표화한 불교의 우주관 ‘삼천대천세계’ 구성도.
선재동자가 스승들을 만나 가르침을 체득하는 과정을 묘사한 <입법계품>은 인간의 진실을 깊이 통찰하고 인간평등의 이념을 높이 내건 대승불교운동의 핵심 지지자들의 얘기이다. 이는 곧 ‘보살행’이 되며, 마지막으로 보현보살을 만나 중생구제의 서원을 세우는 것으로 53선지식을 만나는 여정에 동참할 수 있다.

책의 결론은 선재동자가 52번째 문수보살을 만나 발심을 하고 서원과 행원을 세워 수행한 결과를 제시했다. 그것은 “중생과 부처님이 하나(因果不二)라는 단계, 즉 깨달음에 도달한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행복’을 추가한다. “구하고 있는 것이 모두 다를지라도 그 뿌리는 행복이다. 인류가 더 나은 삶을 위해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며 주춧돌이 된다.”

‘행복’의 첫걸음으로 나를 아는 것이 시작이라는 정엄스님은 일본 동경대 석사.박사를 취득하고, 승가대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정각사 주지와 화엄불교대학장를 맡고 있다.

[불교신문 2761호/ 10월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