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슬한 가을 오후 바람에 나무가 소리를 내고 범어사 왕대나무는 그 위세가 갈바람에 당당히 하늘을 받치고 있다. 동산노사님의 부도탑 뒤로 대숲 사이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고, 금정의 산색은 붉음을 들어내고 있다.

구름 한 점 없는 가을날 금정산 대숲 사이 산골짜기마다 흘러오는 도랑물 사이로 낙엽이 떨어져 황금색을 드러내고 도랑물은 낙엽에 물들어 있다. 사람들이 다니는 등산로로 산에 오르는 것 보다 오솔길로 금정산 정상까지 등산하는 이 맛은 세상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함을 준다. 필자는 행복함을 주는 금정산에 고마움을 느끼며 범어사의 왕대나무처럼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금정산 관통하는 터널 굴착

그런데 근래엔 이러한 행복감과 가을의 여유로움이 조만간 사라질까 두렵다. 얼마 전 부산시와 도로공사에서 금정산 고당봉을 관통하는 폭 50m, 길이 7.42km의 터널을 굴착한다는 소식을 접했다. 단풍이 절정인 11월에 공사를 한다는 것이다.

국가 보물로 지정된 범어사 대웅전과는 불과 1200m이고, 범어사 내원암, 청련암과는 불과 800m 밖에 안되는 지척의 거리에서 ‘부산외곽순환도로’ 공사 굴착을 한다고 공문이 왔다.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 관계당국에서 부산불교를 얼마나 쉽게 봤으면 범어사와 충분한 논의도 없이 이렇게 일방적인 종이쪼가리 하나로 곳곳에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는 금정산을 파괴 할 수 있단 말인가?

공사를 하게 되면 금정산은 화강암으로 되어 있어서 142만8천 입방미터의 화강암이 적출된다고 한다. 금정의 오장육부를 도려내는 것이다. 도로공사와 부산시의 문화에 대한 몰이해와 불교에 대한 무시행위이다.

시민단체의 조사에 의하면 거의 같은 시기에 공사를 하는 ‘부산내부순환도로’와 ‘함양울산간도로’가 개통되어 금정산터널은 통행량이 현저히 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굳이 터널 공사는 왜 하는가? 강원도 어느 지역에 타당성 조사도 하지 않고 조성된 적자 덩어리 공항과 이화령 터널, 그리고 누더기 터널이 된 금정산 KTX터널(17km)등에 얼마나 많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고 있는가?

금정산성 마을은 예부터 물이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KTX터널 공사이후 마을에 물이 마른다고 한다. 금정산은 물이 풍부한 곳이며, 장군습지, 금샘습지 등의 습지와 많은 동식물들이 살고 있다.

금정산 일원에 2m만 파면 물이 나온다고 했다. KTX터널공사 이후 범어사 주위에 수량이 20여 년 전보다 현저히 줄어듬을 직접보고 있다. 범어사 밑으로 터널공사를 해도 수량이 주는데, 만약 고당봉 범어사 위로 공사를 한다면 금정산은 사막처럼 변할 것이다.

우리와 후손들 피해 입을 것

주말이면 부산시민들이 수십만 명이 금정산에 와서 몸과 마음을 쉬어간다. 금정산은 부산시민의 휴식처이고 의지처이다. 무분별한 삽질로 인해 더 큰 것을 잃어버릴 것이다.

<동국여지승람>에 금정산 상봉에 하늘 물고기가 금정(금샘)에 내려와 살았다고 해서 샘의 이름을 따서 금정산이라 했고 의상조사가 창건할 때 범어사라고 했다고 한다.

금정산에 존재하는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 이름 없는 동식물들도 존재할 가치가 있다. 그리고 부산시민과 불자들도 금정산을 등산하며 행복을 느낄 권리가 있다.

금정산에 땅굴을 파지 말라! 그 피해는 반드시 우리와 후손들에게 갈 것이다. 도로공사와 부산시는 문화에 대한 바른 인식과 환경에 대한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금정에 다시 범어가 살 수 있게 노력하고 정진하자.

[불교신문 2761호/ 10월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