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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일윤 스님] 승복의 무게란 무엇인가?..일윤스님(50기,2013학번)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24-06-05 16:50
조회 : 8,402  

일윤 스님 동국대 백상원 학감

동국대 백상원 학감 일윤 스님이 정현 스님(봉녕사금강율학승가대학원 조교수)의 기고문 ‘승복의 무게는 진지하다’에 대한 반론을 다시 보내왔다. 일윤 스님은 해인사 승가대학을 졸업했고, 동국대 서양철학 석사를 졸업했다. 현재는 동국대 백상원 학감 소임을 맡고 있다. 편집자

2030 젊은 세대 중심엔 ‘뉴진스님’

불교를 문화콘텐츠화 하는데 기여

대중소통 위한 동진출가 등과 비슷

승가비하 콘텐츠 양산 우려는 기우

정현 스님은 ‘승복의 무게는 진지하다’의 기고문에서 승복이 출가자에게만 허용된 특별한 복장이며, 일반인의 승복 착용은 승가의 권위와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뉴진스님’ 현상이 불교에 대한 관심을 환기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상업적 콘텐츠에 의해 승가가 희화화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했다. 이에 대해 필자는 오늘날 한국불교가 현대 사회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면서 다시 반박문을 올린다. 여기에 쓴 나의 사족은 앞으로 불교계의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건강한 담론 형성에 기여하고자 하는 필자의 작은 바람이기도 하다.

최근 한국 불교계에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조계사에서는 대중음악 공연이 열리기도 하며, 30대 청춘남녀를 위한 맞선 템플스테이 ‘나는 절로, 전등사’를 기획해 대중들의 관심을 끌었고, 서울국제불교박람회는 전년 대비 3배나 증가한 관람객, 특히 2030 젊은 세대의 발길을 끌어모았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개그맨 윤성호의 ‘뉴진스님’이 있다. 그는 DJ하는 스님의 모습으로 불교에 힙한 감성을 불어넣었고, 이는 MZ세대 사이에서 불교를 종교를 넘어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했다.

사실 대중과 소통하려는 종단의 노력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조계종이 해마다 개최하는 동자승 출가 행사에서 삭발을 하고 승복을 입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불교에 대한 따뜻하고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준다. 윤성호의 ‘뉴진스님’ 역시 같은 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는 실제로 출가한 스님은 아니지만, 방송을 통해 선보이는 밝고 경쾌한 이미지로 기존의 스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렸다. 늘 엄숙하고 경건해야 한다는 틀에서 벗어나, 유쾌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에게 ‘굳이’ 장삼까지 입히며 불교 행사에 적극적으로 섭외하는 것을 보면서, 탈종교 시대의 불교 인구 감소라는 위기 속에서 대중과의 소통 방식을 고민하는 현 조계종 지도부의 절실한 고민을 읽을 수 있다.

'뉴진스님'의 공연에 환호하는 젊은이들.
'뉴진스님'의 공연에 환호하는 젊은이들.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진 않을 것

말레이시아는 한국과 다른 특수상황

불교의 가장 큰 위기는 대중 무관심

청년 등 현대인들과 공감하려 해야

이러한 맥락에서 승가를 비하하는 내용을 담은 유사 콘텐츠들도 양산될 것이라는 정현 스님의 우려는 지나친 기우에 불과해 보인다. 무엇보다 윤성호 씨 본인이 ‘뉴진스님’을 자신의 쌍둥이 형으로 소개하면서 승복을 입었을 때의 언행에 주의하고 있으며, 조계종 차원에서도 그의 활동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화 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의 대중은 저급하고 자극적인 콘텐츠와 품격 있고 깊이 있는 콘텐츠를 명확히 구별해 낼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그의 스님 퍼포먼스를 요즘 세대가 즐겨 쓰는 유행어처럼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일’ 만큼 순진한 이는 아무도 없다.

또한 정현 스님이 반대의 배경으로 제시하는 말레이시아의 사례는 그 나라 특유의 종교적, 인종적 맥락이 자리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헌법상 이슬람 국가이며, 말레이계가 60%이고 이들은 법적으로 모두 무슬림이다. 불교신자는 20% 정도로 대부분 중국계이며, 소수 종교인 불교도들은 늘 조심스러운 처신을 요구받곤 한다. 따라서 종교적, 인종적 문제가 민감한 상황에서, ‘뉴진스님’의 행동이 말레이시아 사회에서 불교도 전체의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맥락을 한국의 ‘뉴진스님’ 사례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한국은 특정 종교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는 국가가 아니며, 종교 간 관계도 말레이시아와 같이 민감한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 사회에서 ‘뉴진스님’ 열풍은 불교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고 젊은 세대들과 소통하는 창구로서 기능하고 있다.

한편, 정현 스님의 기고문에서 지적했듯이, 대중들이 출가자의 위의와 언행을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승복의 착용 여부라고 주장했고, 필자도 당연히 이에 동의한다. 하지만 오늘날 단지 승복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존경받기는 어려운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승복이 가지는 무게는 오늘을 사는 승가가 만들어 내야 하는 현재 진행형의 과제이기도 하며, 그것은 스님들의 깨달음을 향한 진지한 수행과 그것을 실천하는 자비행에 귀속된다. 대중들은 스님들의 언행과 삶의 모습, 그리고 자신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통해 불교를 바라본다. 따라서 불교가 우리 사회의 고민과 아픔에 얼마나 깊이 공명하고, 대중과 얼마나 진정성 있게 소통하느냐가 오늘날 불교의 위상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다. 시대의 흐름과 괴리된 불교, 대중과 호흡하지 못하는 불교는 도태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현대 사회의 탈종교화 추세 속에서 불교가 직면한 가장 큰 위기는 대중들의 무관심과 외면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뉴진스님’과 같은 파격적 시도가 사람들에게 불교에 대한 친근감과 호감을 불러일으키고, 나아가 불교문화와 수행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성과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방편을 통해 불교의 본질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대인들과 공감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는 일일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불교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과 부조리, 특히 청년 세대가 호소하는 경제적 어려움과 불공정한 현실에 대해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일윤 스님 동국대 백상원 학감.
일윤 스님 동국대 백상원 학감.

불교가 이 시대 청년들의 고단한 삶에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차별과 혐오로 얼룩진 세상에 자비의 손길을 내밀 때, 비로소 대중의 마음속에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진정으로 시대와 호흡하고 대중과 함께하는 불교, 그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오늘의 현실 속에서 꽃피우는 길이 아닐까.

( 법보신문 202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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