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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전국비구니회장 명우스님은 종단 내 비구니 스님 위상강화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 ||
지난해 11월 10대 전국비구니회 회장으로 취임한 명우스님을 지난 3월28일 서울 전국비구니회관 법륭사에서 만나 한국불교에서 비구니 스님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명우스님은 지난해 전국비구니회 역사상 처음으로 실시된 선거에서 회장으로 선출됐다. 추대나 추천으로 선임됐던 역대 회장과 달리 선거를 거쳐 전국비구니회 수장이 된 스님은 “적지 않은 부담을 갖고 있다”며 “어쩔 수 없이 치러진 선거였지만 오히려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감싸 안고 수렴해 비구니회를 이끌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임기동안 종단 내에서 비구니의 위상정립과 역할에 대해 여러 가지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종단 내 비구니 참종권 문제, 비구니 종회의원의 확대, 종헌종법상의 불평등 조문의 개정 등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현재 종헌종법에 따르면, 비구니 스님은 교구본사주지는 물론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을 비롯해 계사 및 법계위원, 원로의원 등이 될 수 없다.
교구본사 주지선출에도 제약을 받는 가운데, 종단 내 비구니 위상강화에 대한 비구니 스님들의 요구는 어느 때보다 높다. 지난 2월28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전국 비구니회와 중앙종회 비구니회가 공동 주관한 ‘자성과 쇄신 결사를 위한 비구니 승가의 위상과 역할’ 토론회는 비구니 스님들의 목소리가 생생히 전달됐다.
명우스님은 “생각했던 것보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스님들의 열의가 대단했다”고 했다. “비구 스님도 10여명 참석했고, 비구니 스님과 여성 재가자 200여명이 참석해 승가 교단에서 겪는 비구니 및 여성 차별에 대한 많은 얘기가 오갔다”며 “그만큼 비구니회의 발전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염려하고 지원해주는 뜻이라고 받아들였다”고 한다.
비구니 위상정립 위해 참종권 종회의원 확대
불평등 조문 개정해 역량 펼칠 기회 늘려야
첫 토론회 자리가 위상정립을 위한 자리였다면 앞으로 횟수와 범위를 점차 넓혀 공론화해 갈 생각이다. 우선 비구니 스님들이 모여 꾸준히 고민하고 연구하며 토론회와 작은 세미나 및 연찬회 등을 자주 열 계획이다. 또 문중이나 상하간의 소통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논의의 장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한 재정적 기반 마련은 스님의 몫이다. 명우스님은 “종단 내 비구니 스님들의 위상정립을 위해 우선 종회의석수의 불합리함을 개정해 나갈 것”이라며 “종단 내 요직에 비구니 스님들이 참여율을 높이고 역할을 넓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종회의석수 확대를 비롯한 종헌종법 개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스님 자신이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조계종단의 일원이자 비구니 스님으로서 종단 운영에 동참했을 때마다 어려움이 많았다. 스님이 동국대를 졸업하고 동대부여고 교법사로 가게 됐을 때, 종립학교 교법사는 재가자들의 몫이었다.
상임포교사로 활동할 때도 비구니 스님들의 활동은 미미했다. 명우스님 역시 소임을 맡아 일을 하면서도 비구니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역량을 펼칠 기회조차 없는 현실에 안타깝고 속상할 때가 많았다. 제한된 범위 내에서 하는 일이니 밖에서 보면 비구니 스님의 역할이 소극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당연한 시각이다.
“종단의 종무는 비구니에게 제한적인 게 사실”이라며 “엄연히 이부승단으로 비구니가 종단의 한 기둥을 받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종단의 일에서 배제돼 있다시피 하다”고 토로했다.
또 “수행과 포교현장에서 비구니의 고충을 종단내부로 전달해 활동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제도가 마땅히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종단참여를 위한 다양한 노력으로 종회 의석이 점차 늘었다고는 하나 아직 영향력을 발휘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스님은 종단 최초의 비구니 종회의원을 지냈다. 그 때 비구니 종회의원으로는 스님이 유일했다. 그러다 3명, 5명씩 늘어나 현재 10명이 됐다. “통합종단 출범 이후 10명의 비구니 종회의원을 확보하기까지 50년이 걸렸다”며 “하루아침에 해결하려고 하기보다 비구니 스님들이 포기하지 않고 마음을 모아 꾸준히 당위성을 피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스님은 말했다.
그래야만 스님뿐만 아니라 종단 구성원들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구니 스님들의 제자리 찾기는 힘든 길이 될 수도 있고, 많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종단 내 어른 스님들과 많은 분들에게 호소하고 동의를 이끌어내도록 꾸준히 설득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상강화가 당위성을 갖고 지지를 얻기 위해서는 “비구니로서 종헌종법에 위배됨이 없이 수행자의 모습으로 여법하게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비구니 스님들이 사회적 활동역량을 넓힐 수 있도록 물심양면 지원할 계획이다. “불교계에서 비구니 스님들의 역할이 포교분야나 복지분야 등 많이 확대돼 가는 모습을 보면 한국 비구니로서 자랑스럽다”며 “후배 스님들이 제 역할을 하고, 좀 더 힘을 낼 수 있도록 외호적인 일을 적극 지원하면서 비구니 스님들의 취약점을 찾아서 모두가 골고루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업을 펼쳐가겠다”고 말했다.
비구니 스님의 역할을 확대하는 일환의 하나로, 최근 종단 안팎으로 논의되고 있는 비구니 스님 군법사 파송에 대한 입장도 긍정적이다.
“지금도 일선에서 군포교에 매진하고 있는 비구니 스님이 많기 때문에 특별히 정규 군법사 파견에 동참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스님은 “비구니 스님이 군법사로 활동하려면 우선 종단적인 합의와 인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군포교에 원을 세운 스님이 포교활동을 할 수 있도록 종단차원의 배려가 선행돼야 한다는 게 스님의 견해다.
“부처님 가르침은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어긋남이 없다”는 스님은 “팔만사천법문은 근기설법으로, 부처님께서 중생의 근기에 맞게 법을 설한 것처럼 우리도 시대에 맞는 방편설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종단 차원에서 조직적인 포교 프로그램 개발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스님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주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잊지 말고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가는 것이 아니라 혜안으로 사회를 통찰하는 힘을 키워 현실에 녹아드는 포교를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찾아오는 사람에게 포교하는 게 아니라 스님들이 직접 중생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명우스님은 마음의 여유도 잃고 바쁘게 사는 현대인들에게 줄 가르침도 잊지 않았다. “삶이 힘들고 각박해지면서 점차 주위를 돌아볼 여유를 잃어버리고 개인의 이익만 챙기는 분위기가 사회 전체에 만연해 있다”며 “우리는 매 순간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아가기 때문에 자비를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처님 가르침을 보면 인간관계의 근본은 자비”라며 “너와 나를 비롯한 모든 존재가 생명과 체온을 함께 나누는 한 몸이라는 동체대비의 가르침에서 나오는 자비한 마음으로 경쟁과 대립의 관계를 협력과 우호의 관계로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사회가 점차 바뀔 수 있다.
스님은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사람으로 태어났어도 부처님 가르침을 만나기 어렵고, 바른 스승 만나기 어렵다”는 <사십이장경>의 구절을 언급하며 열심히 기도할 것을 당부했다.
“우리 불자들은 이미 부처님을 만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진리를 알았고, 또 좋은 스님을 만나 공부하고 기도하고 있으니 행복하지 않냐”며 “이번 생을 지나 언제 또 사람 몸을 받을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우니 열심히 정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 명우스님은…

무주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스님은 1958년 효봉스님을 계사로 동화사에서 사미니계를, 1970년 혜암스님을 계사로 수덕사에서 비구니계를 수지했다. 동국대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포교일선에 뛰어든 스님은 종단 유일의 스님 교법사로 동대부여고에서 한문과 교학을 담당했으며, 중앙포교원 최초 상임포교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종단 최초의 비구니 종회의원으로, 7대부터 10대까지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으며, 단일계단 특별구족계 사미니, 비구니 갈마위원, 전국포교사단 부단장, 목동청소년수련관장, 학교법인 광동학원 이사 등을 역임했다. 전국비구니회 서기, 교무부장, 총무부장, 수석부회장 소임을 거쳤으며, 현재 목동청소년수련관 운영위원, 특별계단 존증아사리다.
[불교신문 2809호/ 4월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