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는 대한불교진흥원과 공동으로 ‘화엄사상의 현대적 가치’를 주제로 신년대법회를 봉행한다. 2788, 2789호에 이어 2월2일(정엄스님)과 2월3일(지안스님) 법문요지를 싣는다. |
“공심공체 가르침 신뢰하면 나눔 미학 실천할 수 있다”
정엄스님(화엄불교대학장)
주제 : 화엄 속 나눔의 미학-빈곤과 차별을 넘어
<화엄경> 입법계품은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에 잘 나온다. 선재동자처럼 깨달음을 갈구하는 주인공이 등장한 소설 내용과 경의 내용을 대비해 보면, 동시대의 독일 쇼펜하우어가 불교사상에 심취해 신심을 낸 철학사상이 나온 배경도 알 수 있다. 노벨상 수상작 <유리알>도 동양사상에 입각했다. 그만큼 최초로 서양인이 <화엄경>을 이해하고 모델로 소설을 쓴 가치가 크다.
싯다르타의 말을 보자. “시간은 똑같은 것이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하고 인내심을 가져야 하고 자연의 소리 동물의 소리 식물의 소리 사람의 소리, 소리에 귀 귀울여야 한다.” 이는 ‘존재하는 순간 완성돼 있다’는 가르침이다. 헤르만 헤세가 바라본 세상은 여기서 구해졌다. 그래서 깨달음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같다.
<화엄경>의 본래 불성을 갖고 있다는 말은 ‘악한 사람도 성불할 수 있다’는 의미를 포함한다. 나아가 오욕제를 저질러도 분래 불성이 있어 참회하면 성불한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가, 미워하지 않고 살 수 있는가’ 이 문제에 접했을 때 싯다르타는 현실 삶에 대해 부정 긍정 부정 대긍정으로 전환해 가는 과정에 화엄사상을 밝혔다. 화엄사상은 모든 이는 평등하고 모두를 일승의 세계로 안내하며 차별 없는 평등세계인 일승보살도를 안내하고 있다. 이의 수행단계는 10신(信)-10주(住)-10행(行)-10회향-10지(地)-등각(等覺)-묘각(妙覺)으로 진행된다.
보살의 길은 바라밀다를 실천하는 삶이고 이는 무량심을 실천하는 큰 마음이다. 곧 화엄은 6바라밀을 넘어 10바라밀다를 말한다. 춘원 이광수의 시 ‘님’에서 비유법을 차용해 보자. 보시는 ‘님에게는 아까운 것 없이 무엇이나 바치고 싶은 마음’이다.
지계는 ‘님께 보이고자 애써 깨끗이 단장하는 마음’이고, 인욕은 ‘님이 주시는 것이면 때림이나 꾸지람이나 기쁘게 받는 마음’이다. 정진은 ‘천하에 많은 사람 가운데 오직 님만을 사모하는 마음’이고, 선정은 ‘자나깨나 쉴 새 없이 님을 그리워하고 님 곁으로만 도는 마음’이고, 지혜는 ‘님은 이 몸께 바라밀을 가르치려고 짐짓 애인의 몸을 나툰 부처님’이다.
육바라밀 실천하고 사무량심 사섭으로 감동
마음으로 녹아나게 하면
부처님의 세계라는 일체유심조에 도달한다
정진과 선정은 <화엄경>에서 해인삼매로 몸과 마음이 하나 되고 우주와 내가 하나 되는 것이며, 지혜는 십지보살도에서 나온다. 화엄 속에는 지혜가 충만해 있기에 화엄 속 선정에 들면 동물과 식물이 법당에 충만한다는 얘기도 여기에 비유된다. 이로써 ‘바라밀다’는 반야경의 바라밀과 같으나 바라밀 실천이야말로 보살의 실천덕목이라는 것을 보다 분명히 한다.
진리 길을 몰라서 혼돈에 빠진 이들을 구해주는 보시는 네 가지 마음을 사로잡는 사섭법에 있다. 재보시는 물질로 어려운 사람 도와주는 것이고 무외시는 상대방에게 두려움을 없애주는 것이고, 시무외자는 많은 사람을 안심시켜서 두려움을 없애주며 33가지 모습으로 고통에서 구제해 행복 열반의 세계로 안내해준다.
일승(一乘)보살도는 보살의 길을 가며 10가지 큰 마음으로 베풀고 너그러운 마음을 열어 나눠주면 누구도 기뻐하게 됨을 가르친다. 여기서 두 사람이 함께 기뻐하면 기쁨이 4배가 된다는 이치가 나온다.
불전함에 써진 ‘희사함’은 ‘기쁜 마음으로 대가를 바라지 말고 보시하라’는 의미가. 즐거워서 대가를 바라지 않고 나눠주는 것이 자비희사이고 종단의 ‘아름다운 동행’은 이의 구현이다. 대만의 ‘자제공덕회’는 그런 자비희사 복지의 성공모델이다. 전세계에서 일년에 한번 이상 회비를 내는 후원자가 700만명 규모인 세계 1위 구호단체가 불교의 자비희사 정신으로 구축됐다.
화엄의 넓고 큰마음으로 이룬 구체적 행위인 자비희사는 고통의 바다를 같이 건너는 것이다. 자비실천의 첫 걸음으로 자신을 칭찬하자. 내가 먼저 자신에게 자비희사를 실천하는 것으로, 나에게도 자비심이 있었음을 기뻐할 수 있고 축하할 수 있다. 그것으로 집안 사회 국가까지 구제되면서 법계우주가 청정이다.
사람 교화제도하기 위해서는 사섭법으로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섭(攝)은 여러 사람을 나에게 끌어들이나, 이는 먼저 보시해야 가능하다. 착한 말 상대방을 안심시키는 말 좋은 말 정직한 말을 통해 상대방에게 신뢰를 줘야 내 말을 믿어 준다. 선재동자와 문수보살 첫 만남부터 무한한 신뢰가 바탕이었다.
내 마음을 열고 포용 신뢰 실천으로 공심공체(共心共體)의 하나 되는 부처님의 말씀, 가르침을 신뢰하면 큰 깨달음을 얻고 빈곤과 차별을 넘어 나눔의 미학을 실천할 수 있다. 6바라밀을 실천하고 사무량심과 사섭으로 감동 주고 나의 마음으로 녹아나게 하면 그 자리가 부처님의 세계라는 화엄의 일체유심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