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초유의 불교탄압사건인 10.27법난이 올해로 31주년을 맞았다. 알려졌다시피 10.27법난은 1980년 정권을 불법으로 찬탈한 신군부가 정화란 미명하에 수많은 스님들을 강제연행해 고문과 가혹행위를 자행한 폭거였다.

1988년 국무총리가 사과하고 2008년 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가 설치되는 등 약간의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진정한 명예회복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많다. 강산이 세 번 변할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강제연행 당한 스님 전체’로 피해자 범위 확대

개인뿐만 아니라 스님이 속한 단체도 보상 필요

이런 가운데 본지는 법난 31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국무총리 소속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심의위원장과의 인터뷰를 가졌다.

위원장 영담스님은 ‘법 개정’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명예회복을 해주겠다는 의사표시만 있을 뿐 정작 명예회복의 ‘내용’이 빠져있는 현행법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올해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청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울러 곤욕을 치른 개인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속한 단체로까지 피해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법난을 저지른 가해자인 국가와 정부에 대해서는 “명예회복을 충실하게 돕는 것이 진정한 사과”라며 성심과 분발을 촉구했다.

- 10.27법난 피해자 명예회복 심의위원회에 관해 설명해 달라.

“법률에 명시된 10.27법난의 정의는 ‘1980년 10월 계엄사령부의 합동수사본부 합동수사단이 불교계 정화를 명분으로 대한불교조계종의 승려 및 불교 관련자를 강제로 연행 수사하고 전국의 사찰 및 암자 등을 수색한 사건’이다. 위원회는 법난과 관련해 피해를 입은 자와 불교계의 명예회복을 통한 인권신장과 국민화합에 이바지하기 위해 2008년 12월30일 발족했다.

그간 19차례의 회의를 거쳐 접수받은 피해신청 151건(명예회복 120건, 의료금지원 31건) 가운데 62건을 피해자로 인정하고, 21명에 대해 의료비를 지급했다. 아울러 10.27법난 기념행사와 역사교육관 건립 지원 등을 통해 법난피해자와 불교계의 명예회복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 진정한 명예회복을 위해선 위원회의 설치근거이기도 한 ‘10.27법난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법은 피해자를 법난 당시 고문과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자와 상이자로 규정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사망자에 대한 명예회복 방안은 전혀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법난의 최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명예회복의 내용이 빠져있는 것이다.

게다가 상이자의 경우에도 신체적 피해에 대한 보상에만 국한돼 후유증을 앓고 있는 스님에게 치료비를 지급하는 수준이다. 사리에 맞지 않는 허점투성이 법률이다. 법난에 필적하는 5.18광주민주화항쟁이나 삼청교육대 사건에 대한 보상과 비교해도 형평성이 어긋난다.

위원회는 사망자를 포함해 법난을 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구체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담은 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청원할 계획이다. 먼저 피해자의 범위를 ‘법난 당시 강제연행을 당한 스님 전원’으로 고칠 것이다.

- 10.27법난은 스님 개인을 넘어 한국불교 전체에 대한 국가의 폭력이라는 시각이 많다.

“최근 피해 신고와 명예회복을 신청한 법난 당시 총무원장 월주스님이 비근한 예다. 합동수사본부는 영장도 없이 스님을 연행해 무려 23일간 강압적인 수사를 벌였다. 모진 수사에도 별다른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자 총무원장에서 물러나라는 압력을 넣어 끝내 관철시켰다.

종무행정을 총괄하는 종단의 수장에 대한 불법연행과 강압수사. 오늘날엔 상상도 할 수 없는 만행이다. 단지 물리적 고문을 당하지 않았다고 피해자가 아니라고 한다면 어불성설이다. 피해를 당한 스님뿐만 아니라 스님이 속한 단체에까지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개정안을 손질할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법난 이후 강제폐간 당한 불교신문에 대한 보상도 기대할 수 있다. 오는 11월21일 국회에서 개최 예정인 ‘명예회복 방안 토론회’와 함께 관련 내용의 연구용역을 발주해 대안을 강구할 것이다.”

- 31년이 지났다. 요즘의 청소년들은 ‘5.18’을 아예 모르거나 그 끔찍함에 둔감한 편이다. 10.27법난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부당한 폭력을 상기시키며 시민의식을 제고한다는 차원에서도 홍보가 활성화돼야 할 듯한데.

“알다시피 위원회는 불교신문과 함께 10.27법난 관련 독후감 공모전을 개최한다. 법난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높이고 역사적 진실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마련했다. 이와 함께 각종 언론매체에 피해신청 안내광고 게재, 전국 옥외전광판 방영, 홍보물 제작 배포, 홈페이지 운영 등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키고 있다.

다만 교과서 기재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본다. 어쨌든 종단의 부끄러운 과거사인데, 그것을 일반 대중의 뇌리에 영원히 각인시키는 일은 그다지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 10.27법난은 국가권력 남용의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데.

“그저 말로만 사과하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본다. 명예회복을 위해 진심으로 돕는 것. 그게 진정한 사과이고 참회다.”

사진 신재호 기자 air501@ibulgyo.com

[불교신문 2763호/ 10월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