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법인 연화원은 지난 20일 고양 흥국사에서 중증장애인들을 초청한 가운데 사찰순례를 가졌다. 사진은 흥국사 주지 대오스님과 장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담을 나누는 모습.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장애인 불자들이 신행활동을 하기엔 아직 절 문턱도 높고 불편한 점이 많아요. 봉사자들이 직접 찾아와 사찰에 데려다주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네요.”

지난 20일 고양 흥국사(주지 대오스님)를 찾은 중증장애인 불자들의 얼굴에 오랜만에 화색이 돌았다. 혼자서는 바깥출입은 고사하고 일상생활도 힘겹기만 한 이들이지만 이날 만큼은 장애를 잊고 가을 산사의 정취를 만끽했다.

이날 사회복지법인 연화원(대표이사 해성스님)이 ‘아름다운 세상 함께 나누기’를 주제로 마련한 사찰순례에는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중증장애인 불자 30여 명이 동참했다. 특히 이날 순례에는 서울 광림사 개인택시 불자회 ‘법륜회’ 회원들이 자신의 택시로 장애인의 집을 직접 방문해 사찰까지 이동하는 자원봉사자로 나서 의미를 더했다.

연화원 대표 해성스님(서울 광림사 주지)은 “순례에 동참한 이들 대부분이 자원봉사자 없이는 복지시설에 나오기도 쉽지 않을 정도로 거동이 불편하다”면서 “더불어 아직도 사찰은 장애인 불자들의 신행활동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만큼 이번 행사는 장애인 신행문화의 길을 열어주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 복지시설인 연화원의 사찰순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5년부터 봄, 가을 정기적으로 장애인들과 함께 전국 사찰을 참배하며 신심을 다지고 있다.

10년 넘게 연화원 순례에 동참하고 있다는 양경자 씨(지체장애 2급)는 “평소 절에 자주 가고 싶지만, 이런 기회가 아니면 쉽게 갈 수 없다”면서 “힘든 내색 없이 함께 동행해주는 연화원 관계자들과 봉사자들이 고마울 따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장애인들은 봉사자들의 안내에 따라 법당을 참배하고 경내에서 장기자랑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흥국사는 이들을 위해 점심공양을 대접하고 노래방 기기를 대여해 주는 등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순례에 동참한 노명란 씨(지체장애 2급)는 “말로만 듣던 절밥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면서 “모든 이동을 배려해 주니 큰 불편 없이 나들이에 나설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를 역임한 흥국사 주지 대오스님은 이날 오후 차담을 통해 이들의 방문을 환영했다.

대오스님은 “흥국사에 부임한 이래 가장 많은 장애인들이 방문했고, 주지로서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몸 보다 마음이 불편한 것이 큰 장애가 될 수 있는 만큼 긍정적인 사고와 적극적인 신행활동으로 진정한 불제자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와 더불어 연화원의 장애인 사찰순례는 23일에도 이어졌다. 이날 시각장애인 2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양양 낙산사를 참배했다. 특히 이날 순례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까지 동원되는 등 불편함이 없도록 세심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이유신 연화원 사무국장은 “장애인들이 잠시나마 일상에서의 고립에서 벗어나 부처님 법을 체험하면서 자유로운 여가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최선을 다했다”면서 “이번 순례가 자신의 장애에 대한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고 말했다.  

[불교신문 2763호/ 10월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