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종학연구소와 조계종 결사추진본부가 지난 13일 개최한 ‘수행결사, 어떻게 할 것인가’ 주제 학술회의 모습.
조계종이 추진하고 있는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 결사’ 가운데 수행결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결사의 방향에 대한 논의를 위한 학술회의가 열렸다.

동국대 불교학술원 종학연구소(소장 종호스님)와 조계종 결사추진본부(본부장 도법스님)는 지난 7일 동국대 다향관 세미나실에서 ‘수행결사,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학술회의를 개최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삶으로서의 수행’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일상의 삶을 떠난 전문적 수행만을 강조하며 권위를 부여하는 것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우리들의 일상적 행위 모든 것이 수행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호성 동국대 교수는 ‘자성과 쇄신의 결사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2011년 1월26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의 결사 제안 담화문은 정치적 자주불교, 경제적 자생불교의 선언”이라고 결사의 의미를 정리하며 “설사 그러한 꿈과 의지가 희석된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선언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높이 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국대 종학연구소장 종호스님은 인사말을 통해 “종단이 힘차게 진행하고 있는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 결사를 주제로 수행결사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가야 할 지 모색하기 위해 학술회의를 기획하게 됐다”면서 “이번 학술회의가 종단에서 추진하는 결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제1주제 : 삶으로서의 수행 - 우희종 서울대 교수

“중생과 길을 걷는 보살의 시대를 열어야”

   
 
“내 안의 무명을 깨듯이 너와 나의 무명, 우리 사회의 무명, 생명에 대한 무명을 깨는 것이 곧 수행이다.”

‘삶으로서의 수행’을 주제로 발표한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관계의 단절이나 왜곡이 아닌 바람직한 관계의 회복이 곧 수행”이라며 “수행은 개인의 차원은 물론 가족, 집단, 사회 등 다양한 층위에서 언제고 실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인 차원에서의 관계 회복 노력인 수행과 더불어 사회 차원에서의 관계 회복 노력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우희종 교수는 “이 모든 것은 큰 의미에서 수행이자 부처님께서 강조한 비폭력”이라며 “바람직한 너와 나의 관계를 위한 능동적 참여는 비폭력 그 자체”라고 밝혔다.

또 우희종 교수는 불교적 수행과 가르침이 일상의 현장에서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우희종 교수는 “자신의 주변이나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단절되고 왜곡된 관계로 인해 소외되고 억압받는 이들과 함께 하며 그러한 참여의 삶을 통해 수행해 가는 것이 불교적 삶이기도 하다”면서 “수행은 알고 있는 것이 단지 머릿속 지식으로서의 앎으로 있을 뿐 삶 속에서 체화되어 일상생활에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앎과 삶의 거리’를 좁히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우희종 교수는 “일상의 삶을 떠난 전문적 수행만을 강조하며 그러한 수행방식에만 권위를 부여하는 것은 일종의 양두구육으로 포장한 종교 장사 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한국불교가 이제는 초월적 수행자 상을 보여주는 성철스님을 뛰어넘어 소위 포스트 성철의 시대, 즉 저잣거리 속에서 중생과 더불어 길을 걷는 보살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장은 “전문적인 수행에만 종교적 권위를 집중시킨 것을 좀 다양하게 분산시키고 나아가 민주화 시대에 맞는 새로운 종교적 권위를 만들어내는 수행의 내용과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재가불자들에게도 보다 더 참여의식이 발흥될 수 있도록 확실한 수행적 위상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교수아사리 명법스님은 “삶으로서의 수행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관계짓기 못지않게 단절이 요구된다”며 “신자유주의 시대의 욕망과 사회적 참여의 욕망을 구별하고 폭력을 배제하고 비폭력을 실현하기 위해 단절은 필수불가결하다”고 밝혔다.

제2주제 : ‘자성과 쇄신의 결사’에 대한 고찰 - 김호성 동국대 교수

“통불교적 관점으로 다양한 수행전통 인정”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 결사는 정치적 자주불교, 경제적 자생불교의 선언이다. 자성과 쇄신 결사는 정혜결사에서 볼 수 있었던 탈권력의 윤리성을 결사정신으로 내세웠기 때문에 높이 평가할 수 있다.”

김호성 동국대 교수는 자성과 쇄신 결사가 담고 있는 결사의 정신, 특히 윤리적 성격에 주목했다.

김호성 교수는 “5대 결사 가운데 수행결사에 대한 지침인 포살, 결계, 청규, 삼귀의, 오계 등의 핵심적 술어에 나타나 있는 윤리적 성격은 윤리가 수행의 근본이 된다는 점이나 윤리 밖에 수행이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며 “자주불교, 자생불교에 함축되어 있는 탈권력의 윤리성과 함께 고려해 본다면 5대 결사는 윤리적 성격이 매우 높은 결사임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수행결사에서 제시되는 구체적 실천방안이 계학에 관한 것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5대 결사는 윤리적 성격의 결사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평가다.

이어 김호성 교수는 “총무원 중심인 중앙결사의 결사의지만큼 하부조직인 대중결사들이 강력한 결사의지를 갖고서 5대 결사를 실천해 줄 수 있는가 하는 것이 자성과 쇄신 결사의 성공을 가늠하는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결사 성공의 기준으로 하부 조직의 결사 의지를 강조했다.

수행결사의 모호성에 대한 주장에 대해 김호성 교수는 “오히려 일방적으로 선정하여 제시하지 않음으로써 긍정적인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호성 교수는 “종단의 현실적 수행현황이 다양하고 다원적임에도 그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 그것만을 전적으로 수행하자고 하며 정체성을 확립한다면 문제가 발생한다”며 “조계종이 통(通)불교적 성격을 유지해가면 여러 가지 수행법이나 수행전통을 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 법인스님은 “한국불교의 진정한 위기감은 불교인구 감소, 가톨릭의 약진 등이 아니라 불교가 불교적 가치를 사회 대중에게 올바로 구현해 중생의 안락과 행복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며 “결사의 출발은 진정한 위기감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는 “한국불교 수행문화의 문제점은 수행의 목적을 깨달음에만 두고 있는 점과 불교가 지나치게 교리화, 원리화되어 있어 일상적 삶의 지침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수행결사를 통해 이러한 문제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