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교인권위원장 진관스님이 지난 9일 서울역광장서 용산참사 희생자 영전에 추모인사를 올리는 모습.
“불교계가 사회소통 창구 강화해
잘못된 사회풍조 개선시키고
이런 비극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용산참사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범국민장’이 9일 정오 서울역광장에서 거행됐다. 지난해 1월20일 용산 한강로변 남일당 건물 망루에서 경찰진압으로 숨진 철거민 5명의 장례가 355일만에 열린 것. 풍물패의 길놀이로 시작된 영결식에는 눈발이 날리는 궂은 날씨 속에서도 시민단체 관계자와 시민, 장례위원, 야4당 대표 등 5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불교계는 서울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법안스님, 불교인권위원장 진관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 가섭스님 등이 참석했다.
영결식은 개식사와, 희생자 약력 복, 경과보고, 조사, 조시, 조가, 진혼무, 유가족 인사, 분향 및 헌화의식 순으로 진행됐다. 이 날 시민들은 ‘살인개발 중단하라’ ‘용산참사 진상규명’ 등의 피켓을 들고 저마다 구호를 외치며 현 정부를 규탄하면서 일상생활에서의 울분을 토해냈다. 김정환 시인은 조시(弔詩) ‘산 아내가 죽은 남편에게’를 읊으면서 ‘오 우리애들 아빠, 난데없는 불에 타죽으며 얼마나 뜨거웠으리…당신이 떠난 자리 홀연 어지러운 세상이 되고 역사가 되고 가난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되었다’고 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살고 싶다는 것이 죽음의 이유가 된 것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고,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벗들과 함께 철거민 없는 세상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유가족 일동은 “돌아가신 분들이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진실을 밝혀서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며 “억울한 누명을 쓰고 차가운 감방에 갇힌 내 아들, 우리 동료들이 하루빨리 무죄로 풀려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영결식이 끝난 후 장례행렬은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남일당 건물 앞까지 행진했고, 많은 시민들은 침묵 속에 고인의 뒤를 따랐다.

용산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장례식 참가자들 모습.
남일당 용산참사 현장서 지낸 노제는 금속노조 기륭전자붐회장 김소연 씨의 사회로 시작해 임성규 공동장례위원장의 조사, 최도은 씨의 조가, 송경동 시인의 조사, 문정현 신부의 조사, 춤패 ‘출’의 진혼굿 순서로 진행됐다. 노제가 1시간여 진행된 후 운구차는 故 전태일 열사가 묻힌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으로 옮겨져, 하관식을 갖고 안장됐다.
장례식 내내 자리를 지킨 법안스님은 “용산참사 희생자들은 자본논리를 최우선으로 삼는 우리 사회 그릇된 통념을 비추는 상징이나 다름없다”이라며 “불교계가 사회소통 창구를 강화해서 잘못된 사회풍조를 개선시키고,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정은 기자

서울역광장에서 장례식에 앞서 봉은사 주지 명진스님을 맞이하는 정관계 인사들.

장례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이 침통한 모습.
2010-01-10 오후 12:34:34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