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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다 중요한 건… 절대 남기지 않는 것”...지견스님(34기)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25-09-12 16:41
조회 : 4,181  

[스님의 손맛] 지견스님 (청주 월명사 주지)

사찰음식 2급 장인 지견스님. 50여 년의 사찰음식 경력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사찰음식 2급 장인 지견스님. 50여 년의 사찰음식 경력으로 대중과 소통한다.

가난은 실존적으로는 고통이지만 미학적으로는 그리 나쁘지 않다. 지견(知見)스님은 일곱 살 때 절에 왔다. 자세한 상황은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어느 노스님이 “나랑 갈래?”라고 하자 “네”하고 따라나섰다. 학교에 다니며 또래들과 방과후에 어묵을 먹은 것이 인생 유일한 육식이었다. 일상적인 끼니는 삼색나물에 김 한 장이 전부였다. 나라가 빈곤국과 개발도상국의 시대를 지나던 날들이고 절은 세속보다도 살림이 빈한했다. 어렴풋하긴 한데 여덟 살 때인가 어떤 스님이 출출하다 하자 된장찌개를 해드린 것이 인생 최초의 요리다.

“심심하니까 그때는 공양간에서 ‘이 반찬엔 어떤 양념이 들어갔나’ 맞혀보며 혼자 놀았어요.” 미각을 비롯해 오감 모두가 대단히 뛰어나다. 지금도 누가 국을 끓일 때 짜다며 몰래 물을 더 추가했다면 그 사실을 귀신같이 알아낸다. 화법에 근성이 묻어났다. 사찰음식 전문가 스님들에게도 흔치 않은 국가 공인 한식조리사다. 심리상담사에 요가 강사이기도 하다. 어린이법회를 잘해야 하다 보니 종이접기 자격증까지 땄다. 현실이 불우할수록 사람은 고난을 딛으려고 애쓴다. 남들이 크게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만의 하늘을 난다는 건 아름다운 일이다.

사찰음식으로 알려온 ‘부처님’

손맛은 타고났다. 반세기 이상의 경력도 쌓였다. 다만 요리사가 되거나 식당을 개업하려고 출가하는 스님은 없다. 지견스님의 사찰음식도 전적으로 포교를 위해서였다. 템플스테이 초창기였던 2005년, 제16교구본사 고운사 연수국장으로 일하면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사찰음식을 도입했다. 스님 말로는 “최초였을 것”이라고 한다. 이즈막에 주지 스님에게 간청해 기어이 범종각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했다. 템플스테이에서 사물(四物) 체험을 할 수 있는 것도 일정하게는 스님 덕분이겠다.

9월28일 오전 11시 월명사에서 사찰음식 시식회를 개최한다. 지역주민들에게 맛있고 알찬 한 끼를 대접하려고 9년째 연다. 뭐든 열심히 배워보려고 노력해왔는데 뭐든 남들 위하거나 불교 위한 일이었다. 인터뷰가 있던 9월3일은 스님이 이른 아침부터 조계종 전국비구니회 사찰음식연구소에서 첫 수업을 한 날이었다. 스님의 강의는 유난히 조용한 것이 특징이다. 부산스럽지 않고 떠들지 못한다. 재료를 썰 때에도 도마에 행주를 깔고 썬다. 이것은 요리가 아니라 수행임을 분명히 해둔다.

이제는 ‘집간장’ 아닌 ‘절간장’

청주 월명사는 KTX 오송역에서 가깝다. 산자락에 있는데 장독이 많다. ‘집간장’ ‘진간장’은 들어봤는데 ‘씨간장’은 처음 듣는 단어였다. 콜라처럼 까맣고 표면이 우툴두툴했다. 말 그대로 간장의 씨앗으로 햇간장을 빚을 때 넣는 묵은 간장이다. 월명사의 씨간장은 50년이 넘었다. 어린 지견스님이 이 절에 왔을 때 봤던 간장이 아직도 있다. 우리의 간장은 오래된 명약이다. 스님의 스승은 두통이 생기면 조선간장을 물에 타서 마셨고 그러면 씻은 듯이 나았다.

메주를 띄워 몇 년 이상 우려낸 조선간장이 바로 집간장이고 국간장이고 한식 간장이고 재래식 간장이다. 반면 진간장은 일본식 간장이다. 콩에 볶은 밀이나 보리를 섞고, 국균(麴菌)을 띄워 순식간에 발효시켜 얻어낸다. 남들의 간장이고 ‘양조간장’이며 ‘왜간장’이라 낮춰 부른다. 민족의 자부심이기도 한 집간장은 ‘절간장’이기도 하다. 대다수의 사찰에선 조선간장으로 간을 한다. 간장을 직접 담그는 집이 요즘 몇이나 될까 싶으니 이제는 절간장이 더 적절한 이름이겠다. 아무튼 집간장과 진간장의 차이는 결정적으로 시간이다. 맛을 생산하는 쪽에나 맛을 소비하는 쪽에나 인내가 요구된다. 숙성이 아닌 성장은 모두가 의심스럽다.

찌꺼기 하나까지 소중하다

인기가 커지면 몸값이 올라간다. 전 세계인이 좋아하고 특히 고관대작이 좋아한다는 사찰음식 역시 고급화는 불가피한 흐름일 수 있다. 그러나 본류를 따지면 사찰음식은 그 무엇보다도 처절한 음식이다. 세간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처리가 고민이지만, 스님들에게는 음식물 쓰레기가 남았다는 것 자체가 천벌 받을 짓이다. 예컨대 된장국이 남으면 소쿠리에 걸러서 국물은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건더기는 전으로 부쳐먹는다. “꼬시래기 한 조각이라도 절대 버려서는 안 되고 어떻게든 먹어야 할 방법을 만들어내야 하니까 사찰음식이 이만큼 발달한 걸 거예요.”

 

싱싱한 상추는 그냥 생으로 먹고 눅진 상추로는 김치를 담근다. 아예 짓이겨지면 국거리로 쓴다. 쉰밥은 물에 헹구고 물에 끓여서 쉰내와 세균을 없애고 죽으로 먹는다. 쓰레기통은 오직 내 몸만이어야 한다. 알고 보면 이것이 사찰음식의 실상(實相)이다. 가장 낮은 조건에서 가장 묵직한 힘으로 빛나는 밥이다. 가히 ‘식도(食道)’라 할 만 하다. ‘빈그릇 운동’은 고결하지만 아무래도 불편할 텐데 “시주자의 은혜를 생각하면 차마 그럴 수 없다”는 대답이 소스라치듯 단박에 나왔기 때문이다. 건강식이랍시고 덥석 삼키기엔 매우 부끄럽다.

■ 지견스님의 사찰음식 1Pick

 콩나물장아찌

콩나물이 비쌀 때가 있었을까. 지견스님 역시 대표적인 식재료인 콩나물과 인연이 깊다. ‘청빈’은 말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어서, 두고두고 아껴 먹었다. 국에서든 반찬에서든, 남은 콩나물은 버려서는 안 되고 반드시 멀쩡한 음식으로 되살려야 한다. 여름이면 쉽게 상하니까 장아찌로 해먹는 것이다. 조리다 보면 대가리가 뭉개지고 몸통은 실처럼 가늘어진다. 맛으로 옮겨가 다시 피어난다.

 

<재료>

콩나물(100g), 조청 2큰술, 간장 1큰술, 고춧가루 1큰술.

 

<조리법>

① 콩나물은 끓는 물에 3분 정도 데친 뒤 찬물에 헹궈 아삭한 식감을 살린다.

② 먹고 남은 콩나물을 기름에 3분간 볶는다.

⓷ 조청, 간장 고춧가루를 넣고 약한 불에 물기가 남지 않을 때까지 30~40분간 조려낸다.

⓸ 냉장고에 두고 끼니마다 먹는다.

 

( 불교신문 2025.0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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