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계종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주지 우석 스님이 취임 100일을 맞아 "대중과 함께 ‘전통의 힘’ 위에 ‘새로운 변화’를 쌓아 ‘미래로 100년’을 준비하겠다"며 향후 4년의 교구 운영 방향과 포교 전략을 발표했다.
화엄사는 8월 20일 범음료에서 '새로운 변화, 미래로 100년'을 주제로 우석 스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총무국장 우봉 스님, 기획국장 우승 스님, 재무국장 법문 스님, 사회국장 연우 스님, 포교국장 덕명 스님, 복지국장 우태 스님, 연수국장 성학 스님, 홍보국장 범정 스님, 교육국장 선타 스님 등 국장단이 배석했다.

우석 스님은 모두발언에서 “화엄사는 연기조사 창건 이래 1500년을 이어온 도량으로, 정화불사 이후 도광·도천 두 큰스님의 발원과 회향, 그리고 후학들의 화합이 오늘의 가풍을 이루었다”며 “이 아름다운 전통을 현대의 언어로 계승하겠다”고 했다.
스님은 교구의 원융화합, 본·말사 상생, 문화유산의 가치 확장, 사찰정원 체계화, 불교편람 제작, 아웃도어 템플스테이(가칭), 지역과의 소통 등 7대 아젠다를 제시했다. “수행 도량의 본래 면목을 지키되, 현대사회가 요구하는 소통과 치유의 기능을 덧입혀 ‘사부대중 모두의 도량’으로 거듭나겠다”는 구상이다.
문화로 다가서는 포교
‘화야몽(華夜夢)’ 등 문화 프로그램 강화에 대해 우석 스님은 “교리 전달만으로는 현대인의 삶을 변화시키기 어렵다. 문화적 접근이 위안과 평안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교의 색채를 30%, 문화의 색채를 70%로 배합해 종교적 공간 안에서 문화 활동을 펼치면, 불교가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마음의 평정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젊은·힙한 불교’에 대해서도 역사적 맥락을 들어 답했다. 스님은 “한국불교 1,600년은 시대와 더불어 존재해 왔다. 조선의 숭유억불로 산중에 들었지만 오늘날에는 그 공간성이 오히려 강점이 됐다. 대중과 함께하는 방식은 시대마다 달랐고, 지금도 그렇게 변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 위주 운영 아니냐는 질문에는 “화엄사는 ‘사람이 행복해지는 공간’이어야 한다. 재정적 효율만으로 평가한다면 사찰의 존립 목적을 놓치기 쉽다”고 선을 그었다.
스님은 “화엄사가 100년, 200년 후에도 살아 있을 기준은 시주 규모가 아니라 ‘국민 모두에게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사회적 합의”라고 강조하며 “많은 분들이 여기서 평안을 얻고 ‘여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느끼게 만드는 마음, 저는 그것을 ‘공심(公心)’이라 부르고 싶다. 우리는 그 공심을 쌓는 일을 한다”고 밝혔다.
전임 주지 덕문 스님 시기부터 정착된 사계절 프로그램에 대해 “정초 기도와 홍매화 축제, 초파일·연등 장엄, 여름 ‘모기장영화음악회’, 가을 화엄문화제까지 이어가되, 겨울 콘텐츠를 신규 편성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매월 ‘문화재의 날’ 선포를 통해 문화재 재능보유자의 시연·전시와 1년 회향식을 마련, ‘배우고 체험하는 유산’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문화유산 활용의 새로운 모델 제시
우석 스님은 전남유형문화유산 보제루의 활용 방향도 설명했다. “과거엔 ‘활용=훼손’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는 ‘활용을 통한 보전’으로 정책이 전환되고 있다. 다만 액자 하나 걸어도 못을 박아야 하는 등 법적 제약이 많다. 문화재위원·국가유산청과 협의해 훼손을 최소화하면서 갤러리·문화거점으로 살릴 것”이라고 했다.
또한 “국가유산청에는 궁중정원은 있어도 ‘사찰정원’ 개념은 없다”며 “건축·조경·휴식·동선이 어우러진 사찰형 전통정원 모델을 정립해 국민 누구나 쉬어가는 힐링 공간으로 체계화하겠다”고 밝혔다.

전통의례와 현대적 수행으로 신심 증장
신심 증장 방안에 대해 우석 스님은 전통 의례와 현대적 수행의 일상화라는 두 축을 제시했다. 스님은 “전통의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정초 사천왕불공·24시간 기도, 초파일 연등 장엄, 백중, 동지 팥죽 나눔 등은 변함없이 지켜나가겠다”며 “이와 더불어 현대인에게 맞는 명상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마음을 돌보는 ‘수행함(기도함)’ 같은 휴대형 수행 키트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어 "올해 취임 법회 때 개인의 소망을 새겨 만든 ‘초성염주’를 내년부터 본격 확대해 생활수행으로 자리 잡게 하겠다”고 밝혔다. 부산 미타선원의 하림 스님과의 명상 협력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전통 지키며 지역과 함께 새 길을”
행사 때마다 반복되는 주차난에 대해 스님은 “마을 주변까지 포함하면 약 600대 수용이 가능하지만 상시 부족하다”며 “구례군청과 협력해 주차장 확충과 교통 동선 개선을 추진하겠다. 화엄사 자체 대책도 올해 연말까지 확정했고 내년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새로 준비 중인 아웃도어 템플스테이의 방향도 귀띔했다. “기존 템플스테이의 고정된 공간·형식을 벗어나, 자연 그 자체를 수행의 장으로 삼는 프로그램”이라며 “구체적 구성은 보완해 공개하되, 현대인의 일상과 자연을 잇는 수행 통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석 스님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기도·염불·참선의 전통을 단단히 지키면서, 문화와 명상, 생활수행으로 현대의 언어를 마련하겠다”며 “화엄사가 중생의 아픔을 함께하는 공간, 살아있는 문화가 숨 쉬는 도량으로 존재하도록 ‘공심’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이어 “대중·지역사회·언론과의 원활한 소통으로 본·말사 상생을 이루고, 교구 구성원 모두가 원융화합의 길을 걷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