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승불교의 대표적 경전 중 하나인 ‘유마경’이 동국대 명예교수 혜원 스님의 강설과 해설을 담아 새롭게 출간됐다. 이번 책은 재가자인 유마거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출가 중심 불교의 한계를 넘어선 보살행과 공(空)의 사상을 설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난해한 고전 경전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혜원 스님은 “‘유마경’은 반야경의 공사상을 현실적으로 확장시킨 대승 초창기의 경전”이라며, 불멸 500년 후 출가 중심 교단에서 재가자가 교학과 수행의 주체로 나서는 역사적 전환을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유마거사가 부처님 제자들과의 대담에서 불이(不二) 사상을 설하고, 재가자의 수행과 전법 가능성을 천명한 점은 대승불교 교단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꾼 사건이었다고 강조했다.
혜원 스님의 강설을 엮은 ‘유마경-유마의 불가사의한 이야기’는 스님이 구마라집 한역본 ‘유마경’을 토대로, 원문을 직역하기보다 현대인의 삶과 고민에 맞닿은 해설을 덧붙였다. 하여 ‘불국품’에서는 “마음이 청정하면 불국토도 청정하다”는 가르침을 중심으로, 정토가 현실과 분리된 이상향이 아닌 ‘지금 여기’에 있음을 일깨운다. 또 ‘방편품’에서는 유마가 자신의 병을 통해 무상함과 집착의 허망함을 설하고, 육체적 건강을 넘어 마음의 전환이 참된 치유임을 강조한다. 또한 ‘제자품’에서는 사리불과 목련 등 십대 제자가 유마의 지혜 앞에 사양하는 장면을 통해 수행의 본질은 형식이 아닌 깨달음의 내용에 있음을 드러낸다.
혜원 스님은 이 책에서 불교적 인식 체계와 더불어 현대적 예화를 결합해 경문의 메시지를 일상 속으로 끌어들인다. 미소를 짓는 것도 보시(布施)이며, 기다림은 인욕(忍辱)이라는 해석은 수행이 고행이 아닌 생활 속 태도의 전환임을 보여준다. 또한 “불국토를 만들려면 중생과 함께해야 한다”는 유마의 말은 연기와 공동체적 실천을 오늘날 사회적 연대의 철학으로 확장시킬 가능성을 제시한다.

혜원 스님은 ‘유마경’을 처음 접했을 때 “근본불교와 전혀 다른 구성에 당혹스러웠다”고 고백하며, 이후 이 경의 불이사상과 대화식 설법이 대승 교단의 이상과 현실을 잇는 다리였음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스님은 또 “유마거사의 가르침은 사물과 현실을 직시하고 인식의 전환을 촉구하며, 부처님의 말씀을 의심 없이 믿고 몸과 마음으로 실천할 때 비로소 ‘공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유마경’은 구마라집과 승조 같은 역대 대승 사상가들에게 깊은 영향을 미쳤고, 중국 선종의 불립문자(不立文字) 전통에도 철학적 기반을 제공했다. 혜원 스님은 이를 “불교의 사유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이어지는 증거”라고 평하며, 이번 강설이 유정·무정 모든 존재에게 작은 공덕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출간은 대승불교의 이상을 현대사회와 잇는 지혜의 나침반이 될 뿐만 아니라, 출가와 재가의 경계를 넘어 불법을 함께 실천하는 길을 새롭게 제시하는 시도라 할 수 있다. 수행과 철학, 삶과 죽음을 아우르는 이 책은 불교적 성찰을 원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 법보신문 2025.08.0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