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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생 괴로움 함께하며 부처님 가르침으로 돌아가야”...현진스님(11기)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25-07-14 11:13
조회 : 3,625  

한국불교 희망의 미래를 말한다 (上)

1700년의 역사를 이어온 한국불교는 AI시대를 맞이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2024년 9월28일 서울 광화문에서 3만5000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열린 국제선명상대회 및 불교도대법회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1700년의 역사를 이어온 한국불교는 AI시대를 맞이하며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하는 상황이다. 사진은 2024년 9월28일 서울 광화문에서 3만5000여 명이 동참한 가운데 열린 국제선명상대회 및 불교도대법회 모습. 불교신문 자료사진

괴로움 있는 곳에 불교 존재 

포살 정신 회복이 희망의 길

출가자 감소 위기 대책 강구

조계종 포교부장과 한국불교문화사업단장을 역임하고 여의도포교원에서 40여 년간 도심포교에 매진해온 현진스님의 한국불교 현실을 진단하고 미래를 위한 제언을 담은 특별기고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스님은 부처님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가 중생의 괴로움과 함께하는 불교, 시대에 맞는 교육과 포교시스템 혁신, 인재불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한국불교가 나아갈 길을 제안했다. 

한국불교는 지금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사회적 난제와 더불어 출가자의 현저한 감소라는 내부적 위기가 우리 앞에 놓여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부처님께서 평생 걸어오신 중생을 향한 전도의 길, 그 가르침의 참뜻이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부처님께서는 왜 부족함이 하나 없던 왕궁의 모든 부귀영화를 버리셨을까? 그것은 고통과 괴로움에 빠진 중생들의 신음을 들으셨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그들과 함께 걸으며, 그들의 손을 잡고 어깨동무하며, 맨발로 분소의(糞掃衣)를 걸치고 평생을 거리의 중생 속으로 걸어가셨다. 오늘 우리는 이러한 부처님의 정신과 모습을 아프도록 상기해야 한다.

부처님의 정신을 통찰하는 것이 사띠(sati), 즉 중생 세계를 바르게 보는 것이며, 이를 수행 실천하는 것이 보디사뜨바(bodhisattva), 곧 보살(菩薩)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부처님 정신의 깨달음이다. 부처님께서는 “나는 항상 사실을 말한다”고 하셨다. 부처님의 말씀은 멀리 있는 유토피아가 아니라, 나와 우리, 일체중생의 삶 속에 깊이 묻어있는 괴로움을 자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한국불교는 과연 부처님의 정신으로 서 있는가? 부처님의 가르침이 괴로움에 빠진 중생들과 함께 손잡고 있는가? 한국불교는 중생의 고통과 괴로움을 자각하고, 그 괴로움을 소멸시키기 위해 부처님 가르침을 여실하게 실천하고 바르게 가르치고 있는지 깊이 성찰해야 할 때다.

물론 조계종을 비롯한 불교계가 보살행에 노력하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의 위기 때마다, 재난과 재앙이 일어날 때마다 불교는 보살심을 발휘해 왔다. 지난 3월 불의의 산불로 천년 문화유산의 사찰들이 소실되고, 형언할 수 없는 피해를 당한 주민들을 위해 조계종 총무원을 중심으로 사찰, 스님, 신도들이 한마음으로 성금을 모금한 것도 미래불교의 빛이요 희망의 반증이다.

인재 키우는 것이 미래 관건 

맨발로 중생 속으로 간 부처

‘탈종교화 시대’ 방안 찾아야

불교의 근본 진리는 사성제, 즉 고집멸도(苦集滅道)이다. 사성제는 곧 연기(緣起)이다. 연기는 서로서로의 관계, 서로의 인연으로 생명세계가 일어나고 소멸한다는 뜻이다. 이 연기 속에서 나타나는 중생의 괴로움이 있기에 불교는 의미가 있다. 괴로움이 있기에 불교는 존재하는 것이다. 병고가 없으면 약이 필요 없듯이, 중생의 괴로움이 없으면 불교는 존재할 수가 없다. 괴로움이 있는 곳에 부처님이, 불교가 존재하는 것이다.

부처님은 “지금, 연기 속에서 일어나는 괴로움의 성찰과 자각은 매우 성스러운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 불교의 수행은 중생이 겪는 괴로움의 자각을 위해 존재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부처님은 중생의 괴로움을 살피고, 괴로움을 알게 하고, 괴로움의 소멸을 위해 중생의 손을 맞잡고 중생과 함께 호흡하며 평생을 중생들과 함께 걸어가신 것이다.

중생의 괴로움에 대한 통찰, 이것이 부처님의 궁극적 깨달음의 마음이요, 깨달음의 길이요, 깨달음의 완성이었다. 그리하여 일체중생을 괴로움으로부터 해방시킨 것이다. <불본행집경>에도 “나의 소망은 일체 중생의 괴로운 중생을 편안케 하는 것이다”라고 하셨고, 80세 고령에도 “쉬어가세요”라는 아난다의 간청을 뿌리치고 전법의 길을 걸으셨다.

한국불교사에서도 이러한 부처님의 자비정신을 실천한 수많은 선각자들이 존재한다. 그분들은 “부처님은 항상 괴로움의 중생과 함께하시며, 괴로움의 중생이 있기에 부처님은 계신다”는 자비정신을 몸소 실천하여 진리의 등불을 밝히신 분들이다.

불교의 핵심 수행 가운데 하나인 포살(布薩)에서도 우리는 부처님의 근본 사상이 어디에 있는가를 깊이 새겨야 한다. 포살은 승가 공동체의 규범이며, 수행자의 삶을 점검하고 새로운 삶을 회복하는 의식이다. 부처님께서는 ‘포살의 날’이면 가장 먼저 대중 앞에 나와 “대중들이여, 내가 말을 잘못하고 행동이 잘못되었다면 망설이지 말고 지적하여 주십시오”라고 세 번을 간청하셨다.

이렇게 간청하시는 부처님의 모습에 대중들은 “부처님이시여, 저희들은 부처님의 허물을 볼 수 없나이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나 역시 이 일화를 읽을 때마다 눈물을 흘렸고 부끄러움에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이것이 내 인생의 방향과 삶을 깨우는 빛이 되었다. 이렇게 간청하시는 부처님의 말씀 속에는 부처님의 모든 법과 가르침이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나’라는 상을 버리고, ‘나’라는 집착을 버리고, ‘나’라는 생각과 욕망, 탐욕, 집착을 버린, 모든 것을 비워버린 청정한 삶과 정신을 체득하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장엄한 광경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의 우리 승가가 포살의 본래 정신을 회복할 수 있다면 불교는 다시 대중들로부터 환희를 얻게 될 것이다.

요즘 현저하게 줄어드는 출가자의 감소를 두고,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탈종교화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종교 스스로 현대인들의 정신적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며, 미디어의 발달 및 현대인들의 생활방식도 한 요인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종교인 스스로에게 책임을 묻고 싶다. 어느 종교가 되었든 종교인 스스로 바른 수행자로 세상의 중생을 향한 지고지순한 본분사(本分事)의 전법 걸음을 걷고 있는지 되묻고 싶은 것이다. 불교의 입장에서 보면 출가자의 현저한 감소는 미래 한국불교의 중대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사찰을 건립하고 도량을 확장하는 불사가 결코 미래불교의 도약이라고 보지 않는다. 사람이 없는, 전법의 수행자가 없는 도량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것은 사상누각이라는 것을 아프도록 자각해야 할 것이다. 

현진스님  여의도포교원장
현진스님  여의도포교원장

( 불교신문 2025.07.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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