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폭 피해가 가족에게 대물림되고 있습니다. 세계 여러분, 죽어가는 우리를 알아주세요.”
1945년 8월. 광복의 기쁨과 함께 시작된 또 다른 고통이 있었다. 섬광이 번쩍이는 순간 삶과 꿈이 사라졌다.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폭탄 피해자들이 80년간 자손에게 대물림되고 있는 피폭의 고통을 호소하며 국가적 관심을 요청했다.
![[영상] 광복 80주년이자, 원폭 피해 80년을 앞두고 열린 비핵평화 기원 음악회에서 원폭 피해자들의 고통이 영상으로 전해지고 있다.](https://cdn.ibulgyo.com/news/photo/202507/428159_451402_5838.gif)

광복 80주년이자, 원폭 피해 80년을 앞두고 7월8일 서울 동국대 남산홀에서 ‘나는 원폭피해자입니다-맞잡은 평화, 울려 퍼지는 희망!’을 주제로 한 비핵평화 음악회가 열렸다. 한국비핵평화시민연대와 평화의나무합창단이 주최한 이번 행사는 원폭 피해자들의 아픔을 알리고 핵 없는 세상을 염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회를 맡은 이남재 한국비핵평화시민연대 회장은 “피폭당했다는 이유로 질환을 안고 살아가는 2세, 3세가 있다”며 “자식들이 괴사증, 피부질환, 정신질환, 발달장애, 각종 암으로 부모의 삶과 희망을 꺾고 있다. 원폭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이자 미래이고 우리들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남재 회장은 청중들에게 동국대 이사장 돈관스님을 박수와 함께 소개했다. 돈관스님은 공연 준비 소식을 듣고 무상으로 남산홀 공간을 내어줬다.

돈관스님은 “많은 피폭자들이 절망에서 희망으로 나아가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기를 바란다”며 “함께 노래하는 합창은 희망이 되고 하나의 숨결로 울려 퍼진다”고 했다. 이어 “동국대도 앞으로 다양한 시민사회단체와 협력해 핵 없는 지구, 생명존중받는 사회, 평화가 일상이 되는 미래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계종 총무원 사회부장 진경스님은 원폭 피해자들 직접 만난 이야기를 하며 참회의 마음을 전했다. 진경스님은 “광복 80주년을 축하하는 일만 해왔는데, 원폭 피해를 입은 분들의 아픔을 몰랐다는 것에서 큰 참회의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번 기회에 많은 분들이 알고 역사를 함께 하는 자리가 되길 바라고, 불교도 상생과 화합의 길을 위해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이규열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은 “금년은 광복 80년이지만, 그 그늘에서 숨죽여 살아온 원폭 피해 80년이기도 하다”며 “한일 국교 정상화 60년을 맞는 뜻깊은 오늘, 평화시민연대와 합창단이 부르짖는 함성이 핵 없는 세계 평화에 크게 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총 4부로 구성됐다. 1부 ‘피폭의 아픔을 노래하다’, 2부 ‘그리운 고향을 회상하다’, 3부 ‘이어지는 피폭의 현재와 미래’, 4부 ‘비핵평화를 위한 다짐과 출발’로 이어졌다. 각 부마다 당시 원폭 피해 영상이 상영됐으며, 평화의나무합창단은 고통에서 희망에 이르는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했다.
피해자들은 두 손을 모아 공연을 감상했다. 공연 중간 무대에 올라 당시 상황을 생생히 증언하기도 했다. 피해 당시 5살로, 히로시마에 거주했던 주화자씨는 “학교 가려고 문을 열고 나갔을 때 갑자기 ‘펑’ 소리가 났다”며 “이후 언니는 원인도 모를 병에 걸려 아파하다 아이를 낳고 죽었고 조카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여러분, 우리 2세들이 왜 죽는지 모르고 죽어가고 있다”며 “세계 여러분들이 좀 알아달라”고 소리쳤다.
피폭 2세인 한정순씨는 어머니가 임신 중 피폭당했으며, 이후 태어난 6남매 모두 뇌경색, 심근경색 등 병환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첫아이가 뇌성마비로 태어나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이었다”며 “대를 이어 이런 고통을 주고 원폭을 투하한 미국은 후유증에 대한 사과와 인정이 없다. 지금이라도 법을 개정해 법적 피해자가 되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진 노래가 끝나자, 청중들은 머리 위로 박수를 치거나 눈물을 닦았다. 관객들의 요청에 앵콜 무대도 이어졌다. 공연이 끝난 뒤에는 피해자들과 합창단원, 모든 관객이 무대에 올라 “평화!”를 외치며 기념촬영을 했다.
이날 관객으로 참석한 조바다씨(26)는 “원폭 피해 이야기를 잘 몰랐는데 마음이 아팠다”며 “피해자분들을 위해 노래한 오늘 합창공연에 조금이나마 위로받아가시길 바란다. 지금까지 많이 힘들었지만, 다가오는 미래는 다르리라고 기도하며 늘 응원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편 일제강점기 말인 1945년 8월6일과 9일 미국은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을 투하했으며, 8월15일 일본은 항복을 선언했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따르면 당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한국인 7만 명이 거주 중으로, 대다수가 강제징용과 식민지배, 수탈로 인해 끌려간 사람들이었다. 그중 4만 여명이 사망했으며, 피해는 한 세대에서 끝나지 않고 그들의 자손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등록된 한국 피해자는 2600여 명이다.
이날 공연은 (사)위드아시아를 비롯해 (사)한국원폭피해자협회 서울지부, (사)경기도원폭피해자협의회, (사)생명평화아시아, 아시아평화시민네트워크, 합천평화의집, (사)한국원폭희생자추모사업회가 공동주관했다. 8월5일 합천문화예술회관에서는 ‘2025합천국제비핵평화대회’가 개최될 예정이다.
( 불교신문 2025.07.09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