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5 전쟁 발발 75주년을 맞아, 고양 길상사(주지 보산 스님)가 전쟁 희생자를 추모하고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6월 22일 경내에서 봉행된 ‘제14회 천년의 울림 위령재’는 고양 길상사와 고양ROTC봉사단이 공동 주관한 행사로 불교의 전통 천도재에 문화예술과 시민 참여 프로그램을 결합해 이 시대 평화축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날 위령재는 길상사 대웅보전 앞에서 청운과 이운 의식을 시작으로, 위패 봉안 및 천도재 의례가 엄숙히 봉행됐다. 범패와 염불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목탁 소리는 마치 전쟁의 상흔을 어루만지는 평화의 진언처럼 경내를 감쌌다. 의식은 단순한 종교 행위를 넘어, 시대를 초월한 치유와 화해의 장이 됐다.


보산 스님은 개회 법어에서 “위령재는 단지 망자를 위한 천도가 아니라 산 자가 과거를 기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발원을 다지는 기도”라며 “숭고한 희생을 잊지 않고 다시는 전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평화의 길을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동원정사 주지 송묵 스님도 법문을 통해 “75년 전 참혹했던 전쟁을 기억하고 오늘의 평화를 지켜가야 할 책무를 우리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동참자들은 김지용 ROTC총동문회 전 회장이 낭독한 발원문에서 “우리는 산 자로서 이 희생을 결코 헛되게 해서는 안 된다”며 평화와 상생을 위한 각성을 촉구했다. 또한 서금희 시인은 유연숙 시인의 헌시 ‘넋은 별이 되고’를 낭송해 전쟁으로 생을 마감한 이들의 넋을 위로하며 참석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행사의 열기는 중앙무대에서 열린 문화공연으로 이어졌다. 창작음악그룹 ‘프로젝트 락’이 무대에 올라 절제된 리듬과 서정적인 선율로 전쟁의 아픔과 평화의 메시지를 음악으로 풀어냈다. 이를 관람한 한 청년은 “종교의식을 넘어선 모두를 위한 평화예술제처럼 느껴졌다”며 깊은 감동을 전했다.

이와 함께 길상사는 다양한 시민 참여형 문화행사도 병행하며 평화와 호국의 가치를 온 세대가 함께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다. △추모 콘서트 ‘프로젝트 락’ △평화사랑 미술 그리기 대회 △인형극 ‘밥 할머니 이야기’ △주먹밥 만들기 △영화 ‘포화 속으로’ 상영 외에도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심폐소생술 체험 등 다양한 체험 부스가 운영돼 가족 단위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행사를 기획한 고양ROTC봉사단 관계자는 “이 위령재는 단지 슬픔을 나누는 자리가 아닌 평화를 실천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했다”며 “불교 전통과 현대 예술, 체험이 조화를 이루어 누구나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장이 되도록 준비했다”고 전했다.
보산 스님 또한 “앞으로 이 행사를 통해 지역사회가 호국정신을 계승하고, 모든 세대가 함께 평화의 가치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천년의 울림 위령재’는 2011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14회를 맞았다. 단순한 추모제를 넘어 전통 천도재와 시민이 함께하는 예술‧체험 행사를 융합한 형식으로, 지역사회의 기억문화 발전에 이바지하는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현대불교 2025.06.2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