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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플, 절패킹, 108러닝...두 청년의 ‘사찰 100%’ 활용법...정범스님(25기),정경스님(29기) 0
 작성자: 석림동문회  2025-06-24 14:06
조회 : 4,047  


보원사지를 활용한 새 프로그램.


 낯가림 따윈 없는 극E(Extraversion) 성향의 재기발랄 농사꾼 민아 씨와 조용하고 차분한 극I(Introversion) 성향의 전문 하이커 희남 씨.

숲 활동가로 만난 30대 청년
하이커 희남, 농사꾼 민아 씨
정범스님, 정경스님에게 제안

보물 배경 캠핑형 템플스테이
백암사지 등 절터 순례 백패킹
계곡길 따라 트레일 러닝 개발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을 배경으로 텐트에서 ‘반딧불이와 하룻밤’을 보내는 낭만 캠플스테이(캠핑+템플스테이), 원효대사 발자취를 따라 백암사 등 절터를 오르내리는 절패킹(절+백패킹), 용현계곡과 보원사지의 너른 들판을 자유롭게 달리는 ‘보원사지 백야드 트레일 러닝’, 액티브한 아웃도어 활동과 고요한 휴식 공간인 절터를 결합한 ‘보원사 문화재 활용 프로그램’이 입소문을 타고 연일 조기 마감이다.

‘안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번만 다녀간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처음엔 쭈빗하다가도 한번 참가하고 나면 절만 찾아다니는 매니아가 된다는 이 프로그램 숨은 기획자는 황민아(35) 김희남(38) 씨. 지역의 생태 가치를 알리는 ‘내포문화숲길 활동가’로 인연을 맺은 두 사람은 낯가림 따윈 없는 극E(Extraversion) 성향의 재기발랄 농사꾼 민아 씨와 조용하고 차분한 극I(Introversion) 성향의 전문 하이커 희남 씨로 정반대 성향을 지닌 청년들이다.

3년 전 우연히 들른 ‘보원사지’를 보고 첫 눈에 반한 두 청년. ‘넓은 절터와 사찰이라는 공간이 주는 치유와 회복의 힘’을 한명이라도 더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사찰+캠핑’이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엄숙하고 보수적인 사찰에서 캠핑이라니, 것도 불교와 거리가 먼 청년들에게 문을 열어줄 리 만무하다는 생각 때문에 주저했던 두 사람. ‘말이라도 한번 건네 보자’는 생각으로 정범스님(내포문화사업단장)과 정경스님(보원사 운영위원장)에게 이야기를 꺼내자 이게 웬걸, 단번에 승낙이 떨어졌다고.





보원사 캠플스테이 전경.

흔쾌한 수락이 더없이 반가웠지만 걱정이 태산이었던 두 사람은 "이전에 지역 축제를 하다 사찰에서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린 이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 위축됐었다"며 '사찰에 도움은 못되도 피해가는 일은 절대 없게 하겠다'는 원칙부터 세웠다고 했다. 

“저희한테 필요한 건 보원사가 주는 공간의 힘, 그거 하나였거든요. 캠핑이나 백패킹의 특성상 본인이 배출한 쓰레기는 본인이 다시 가져가는 것이 원칙이고, 자기가 먹을 것은 물론 잠자리도 다 짊어지고 다니니 조금만 조심하면 되겠다 싶었죠. 다만,  사찰에서도 어렵게 천년 역사의 문화 유산을 내어주는 만큼 참가자들도 절에서 지켜야할 기본 예절과 생활 패턴에 맞출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말씀드렸죠.”

사찰 내 주류와 육류는 반입 금지, 개인 쓰레기 봉투를 준비할 것, 샤워가 어려우니 참고할 것, 불자가 아니라도 사찰 내 기본 예의는 지킬 것. 여러 제약이 있는데다 종교적 거부감이 있진 않을까 했지만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석탑 아래 이색적이고도 환상적 분위기를 내는 텐트 풍경이 SNS에서 호응을 얻기 시작했고, 프로그램에 다녀간 참가자들이 직장 동료, 동호회 회원 등 이곳저곳에 입소문을 내며 신청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절에서 준비한 ‘사찰 음식’, 스님과의 차담, 명상 지도 등의 프로그램은 디톡스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충분하다’는 평가로 때마다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

여기엔 두 청년이 불교를 좋아하는 아웃도어 전문가라는 점도 한 몫 했다.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전문 백패커 민아 씨와 미국 장거리 트레일 PCT(Pacific Crest Trail)를 완주한 능력자 희남 씨로부터 러닝, 하이킹, 백패킹, 캠핑에 관한 기본 지식은 물론 전문 장비에 대한 정보까지 알차게 얻을 수 있는데다, 불교를 처음 접하는 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사찰 문화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프로그램 참가 후 보원사 뿐 아니라 다른 사찰을 부러 찾아다닌 다는 이도, 직장 상사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유튜브로 경전을 듣는 습관이 생겼다는 이도 생겨났다.

희남 씨는 “아웃도어를 즐기는 사람의 특성상 밝고 활기찬 성향이 많고, 서로 고생하며 잊지못할 기억을 남기기 때문인 것 같다”며 “보원사에서 진행하는 차담, 명상 등의 프로그램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이를테면 각 개인이 번잡함을 내려놓고 머리를 식히거나 스스로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들로 채워지다보니 만족도가 높은 것 같다”고 했다.

요즘엔 되레 ‘호화 캠핑장’ 못지않다는 평가 때문에 고민이라는 두 청년. “젊은이들이 오면 스님들이 뭐라도 하나 더 주려고 하다 보니 애초 저희가 기획한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도 있어요. 몸이 고생을 좀 해야 되는데 말이죠.” 두 청년 고민에 정경스님은 “깨끗하게 씻지도 못하고 잠자리가 불편할텐데 너무들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떡이라도 하나 더 주고 싶은 마음”이라며 “문화유산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사찰을 개방해 다양한 전통 문화, 불교 문화를 체험하고 좋은 기운을 얻어가길 바라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캠플스테이, 절패킹에 이어 두 청년은 또 다시 새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보원사지 인근 계곡길을 따라 8.5K를 달리는 것. 타이틀은 ‘지금, 마음 놓고 달릴 시간 108’이다.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허락된 선에서 자연 휴양림과 사적지를 자유롭게 108 바퀴 달린 후 108 염주를 완성하는 것. 트레일 러닝 전문가들과 함께 하는 러닝 토크, 미니 게임 등은 물론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사찰 음식’ 코스도 맛볼 수 있다.

“혹시 누가 다치진 않을까, 사찰 분위기를 흐리지 않을까, 국가유산 훼손의 위험은 없을까, 저희도 늘 긴장이 되지만 확실히 얼굴이 달라져서 가는걸 보면 자꾸 뭔가 하고 싶은걸요. 복잡하고 분주한 마음들이 저희가 처음 보원사지에서 느꼈던 그 고요한 순간을 만나 잠시나마 평안해지고 밝아지면 좋겠어요. 저희는 그런 데서 보람을 느낀답니다.”


보원사 운영위원장 정경스님이 캠플스테이 참가자들을 위해 법고 치는 법을 알려주고 있다.




( 불교신문 2025.06.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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