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열린 승가 기본교육기관 및 전문교육기관 조정안 공청회. 왼쪽부터 원철 원정 지환 정여 허운 영조 성관 주경스님.
출가자의 지속적인 감소에 따라 기본교육기관 학인들의 숫자도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실을 고민하지 않고 현재의 교육기관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훗날 교육 공동화 현상을 빚으리란 게 교육원 집행부의 우려다. 이에 대한 교육원의 대안은 ‘선택과 집중.’ 조정안에 대해 공청회 지정토론자들의 의견은 찬반이 엇갈렸다. 종단의 백년대계를 수립하는 일이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진정성 어린 고민과 논의 끝에 도출한 개선안인 만큼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보였다. 교육원 불학연구소장 원철스님이 조정안을 발표했으며, 사회는 제9교구본사 동화사 주지 허운스님이 맡았다.
불학연구소장 원철스님
행자교육원을 수료하는 예비승의 경우 2000년을 100으로 했을 때 2005년에는 61.7, 2009년에는 50으로 줄었다. 10년 만에 절반이 된 셈이다. 이는 기본교육기관의 학인 숫자의 감소로 직결된다.
특히 지방 강원은 사찰의 재정적 어려움 탓에 교육여건이 취약하다. 종단이 지원하고자 해도 숫자가 너무 많아 난감하다. 무엇보다 ‘승가대학령’에서 정한 학인의 최소 숫자에도 미치지 못하는 강원이 상당수다. 현 승가대학령이 정한 하한선은 학년별 5명, 총 학인 20명이다. 강원의 요청에 따라 인가 기준을 대폭 낮춰왔음에도 법령에 부합하는 학인 정원을 채우지 못한 강원이 학년별로 8곳, 총 학인 기준으로는 6곳이나 된다.
정원 ‘하한선 미달’ 강원 상당수
現지방승가대학 숫자 유지 경우
모든 교육기관 부실화 공멸 우려
여건 안되는 곳 전문대학원 전환
곧 승가교육의 질적 저하를 막기 위해 교육원은 적정한 여건을 충족한 강원만 기본교육기관으로 남겨 집중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나머지는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다. 전문대학원은 한문불전, 율장, 선학, 초기불전 등으로 나눠 각 분야의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이다.
동국대는 예비승들이 일반 학생과 함께 생활해야 하므로 승가교육기관으로서의 교육내용과 환경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지방승가대학 졸업 후 중앙승가대나 동국대로 진학하는 스님들이 2010년 4월 현재 172명으로 파악된다. 기본교육과정을 무려 8년간 중복 이수하는 심각한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원은 복지 군포교 등 일정한 학력을 요하는 활동을 원하거나 대학원 진학을 위해 학위 취득이 필요한 예비승들은 또 다른 정규대학인 중앙승가대에서 기본교육을 이수토록 유도하기로 했다. 학력 취득 문제를 해소하고 스님들만 공부하기에 수행자로서의 습의도 닦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중앙승가대의 정원 부족을 메우는 효과도 있다. 기본선원의 교과안거는 교육기간이 1년에 2개월 남짓이어서 내용이 불충실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교육내용이 선어록 중심이어서 성격이 전문교육기관과 유사하다. 불학연구소장 원철스님은 “현 지방 승가대학 숫자를 계속 유지할 경우 모든 교육기관의 부실화로 인해 공멸이 우려된다”며 “적정 수의 교육기관을 지정해 집중 지원함으로써 교육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지정토론
○…영조스님(조계총림 송광사 주지) 교육원이 개선안을 내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과 의견 청취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교육주체 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교육제도 개선은 대단히 어렵고 더디다. 전문대학원 제도의 신설이 고무적인데, 전문화된 교직자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교육관계자들과 허심탄회하게 난상토론을 펼친다면 좀 더 두터운 공감대가 형성되리라 믿는다.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해야 제도 시행 이후의 잡음을 막을 수 있다.
○…정여스님(14교구본사 범어사 주지) 세계화 시대다. 국제사회 속에서 한국불교의 위상에 대해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다종교사회다. 이웃종교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현실에 입각한 효율적인 성직자 교육이 주효했다고 본다. 우리가 전통만 고집한다면 점점 더 뒤떨어질 수 있다. 한문경전만 공부해서 세계화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교육개혁이 원만히 성공되길 바란다.
○…성관스님(동국대 상임이사) 국가 법령에 의해 운영되는 제도권 교육을 무시해선 곤란하다. 가풍과 승풍의 보존 발전도 중요하지만 우리 스스로 승가를 외부로부터 고립시킬 필요가 있는가 싶다. 동국대를 기본교육기관에서 제외하겠다는 건 현대 교육과의 소통을 외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동국대가 보유한 학문적 인프라를 홀대해선 안 된다. 사회 각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동국대 출신 동문 스님들의 역량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지환스님(기본선원장) 기본선원에 대한 오해가 많은 것 같다. 결코 교육이 허술하지 않다. 1.2학년의 경우 매일 1시간씩 교과학습을 받는다. 특강이 아니라 강원의 정규과목을 가르친다. 예불과 각종 의식도 여법하게 봉행하며 치열한 참선정진을 병행한다. 4학년 역시 아무 곳에서나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선지식이 주석하는, 기본선원 운영위원회가 지정한 선원에만 갈 수 있다. 교학 연찬과 실참(實修)을 함께 닦는 승가교육의 가장 바람직한 모델이라 자부한다.
○…원정스님(중앙승가대 총동문회장) 스님들은 변해야 하고 종단은 이를 위해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 그간 조계종이 종단의 이름으로 승가교육을 제대로 챙긴 적이 있는지 질문을 던진다. 교육원의 개선안을 보니 이제야 교육불사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듯해 뿌듯하다. 교육개혁은 중앙승가대가 중심도량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종단을 일구고 변화시키는 데 1500명의 동문들이 함께할 것이다.
○…주경스님(중앙종회의원) 중앙종회 교육분과위원으로서 적극 찬성이다. 일반 대학 역시 신입생이 대폭 줄어 생존경쟁에 들어갔다. 출가자는 갈수록 주는데 교육기관이 지나치게 많다면 통폐합하는 게 당연하다. 사회지도층의 불자 비율은 8%에 불과하다. 불교관련 정책은 늘 순위에서 밀려나고 행정적 불이익도 많다. 인재 양성, 승가교육에 종단의 미래가 달려 있다. 방향을 정했다면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종도들의 적극적인 지지가 요구된다.
[불교신문 2621호/ 5월8일자]
2010-05-05 오후 8:43:27 /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