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유’와 ‘공동체’ 정신…서울시정 철학 소개
“스님들께서 절에만 계시지 말고, (머물고 있는) 동네를 챙겨야 합니다.” 휴일인 지난 16일 동국대 석림회 스님 90여명을 대상으로 특별강연을 한 박원순 서울시장〈사진〉의 당부이다. 석림회 스님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박원순 시장의 강연으로 동국대 수행관(운영위원장 장적스님) ‘승가수행학’ 이번 학기 강의가 막을 내렸다.
이날 박 시장은 ‘공유’와 ‘공동체’ 정신의 실천이 서울 시정(市政)의 철학이라고 강조하면서, 불교계의 역할을 당부했다. 솔직 담백하면서도 재치 있는 이야기로 여러 차례 박수를 받았다. 박 시장은 회원들의 동참으로 참여연대와 희망제작소를 운영한 경험을 전하면서 “불교계도 사찰마다 1만 명의 신도를 조직하면, 그 재원을 바탕으로 20~30명의 젊은 간사(실무자)를 둘 수 있고, 여러 일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스님들이 구도의 길을 가면서 한국불교의 특징인 대승불교와 중생구제를 실천할 수 있다”는 것.
박원순 시장은 어린 시절 경험한 ‘마을 공동체’ 정신이 서울은 물론 한국 사회에도 필요한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개인주의가 팽배해지면서 갈등과 대립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과 행동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종교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직도 자기만 잘 되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이 세상을 극락으로 만들지는 못해도 극락과 닮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도덕적 품격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은 세상이 될 수 있다. 불교가 이런 사회적 흐름을 잘 보았으면 한다.”
상처받은 사람들의 ‘힐링’에 대한 이야기에도 시간을 할애했다. 박원순 시장은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우리나라”라면서 “서울시민도 ‘상처’를 받은 분들이 많다”고 힐링의 중요성에 목소리를 높였다. 박 시장은 “잘 쉬지 못하고 무한 경쟁을 강요받고, 사회가 폭력적 성향이 많은 것이 우리의 현실”이라면서 “상처 받은 이들을 보듬어 주는 ‘어머니’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불교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박 시장은 “불교가 시민들의 마음에 맞는 일을 많이 해야 한다”면서 “사람들의 요구가 변하고 있으니, 그에 맞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강연에서 박원순 시장은 “그 가운데 전통사찰과 서울시가 함께 할 수 있는 일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상도근린공원 돌보미 사업에 참여하는 관악구 용주사와 국공립어린이집 부지를 제공한 청량사 등을 예로 들어 서울시와 시민의 공익(共益)을 위한 방안을 확대할 뜻을 비쳤다. 박원순 시장은 “불교계가 ‘공동체 회복’에 앞서 달라”고 호소했다. “주민들이 갖고 있는 많은 어려움을 스님들이 해결해주고, 저희들(서울시)은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면 주민들이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불교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갖고 있다”면서 “그것은 다름 아닌 역사적 자산”이라고 강조했다. 스님들이 입고 있는 옷, 사찰 음식 등 모든 것이 문화유산 이라는 것이다. 불교의 전통적 음식문화인 발우공양은 대표적인 친환경 의식이라고 첨언한 박원순 시장은 “행복한 서울을 만들어가고 싶다”면서 강연을 마쳤다. 박원순 시장은 특강에 앞서 서울 지역 15개 사찰 주지 스님들과 저녁공양을 하기도 했다.